인간의 삶 가운데는 언제나 위기가 찾아 올 수 있다. 위기란 개인의 현재 자원과 대처 기제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지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미리 대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미 발생한 나쁜 일은 ‘1’이라는 자리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일의 경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작은 인물은 그 문제를 눈덩이처럼 굴리고 굴려서 ‘10’ 혹은 ‘100’의 자리로 만들어 놓거나 도저히 수습이 불가능한 최악의 상태로까지 발전되어 나간다. 사실 그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작게는 인간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크게는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학교도 이제 예외지역이 아니다.
최근 학생들의 문제가 학교와 학생간의 갈등으로 비화하여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엉망으로 몰고 가려는 상황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가정 문제에 휩싸여 감당하기 어려운 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근무한 학교에서도 한 학생이 눈물을 흘리면서 등교하는 것 이었다. 가정 불화로 인하여 엄마가 싸웠다는 것 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최근 부모간의 싸움 횟수가 늘어나면서 마음이 상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직장에 다니는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그날따라 상사에게 호된 질책을 당한 엄마는 집에 돌아온 후에도 기분이 가시지 않아 저녁밥을 짓는 것조차 까맣게 잊은 채 우거지상을 하고 앉아만 있었다. 이때 마침 퇴근하고 들어온 아버지는 다짜고짜 밥부터 찾으며 짜증을 냈다. “밥 아직 멀었어? 배고파 죽겠단 말이야!” 순간 내내 참고 있던 울화가 한꺼번에 치솟은 아내는 기분 나쁜 듯 소리쳤다. “내가 당신 밥이나 지어주며 식모살이하려고 결혼한 줄 알아요?” 아버지는 평소와는 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의 기색을 살필 만큼 세심한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은 한밤중이 되도록 집이 떠나가라 부부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그 다음날은 공휴일이었는데 하필이면 시부모가 시골에서 오랜만에 올라왔다. 어젯밤 부부싸움으로 화가 가시지 않은 엄마는 이젠 애꿎은 시부모에게 원망이 옮겨갔다. ‘내 기분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순전히 시부모가 자식 교육을 엉망으로 시켜서 그래!’ 마음속으로 그리 생각하니 태도 역시 공손히 나올 리 만무했다. 시부모는 무례한 며느리의 태도에 화가 나서 그대로 돌아가 버렸고, 부모에게 각별히 효자였던 아버지는 또다시 격렬한 부부싸움을 벌이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부부 갈등은 이혼 직전까지 갔다가 아직도 냉전은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의 학생들의 문제는 대부분 가정에 잠복되어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는 것들이 많다. 이같은 가정의 위기는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전통적 가정구조의 해체이며 가족 기능의 상실이라 할 것이다. 또한 여러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사망, 이혼,별거, 가출 등으로 인한 부모결손을 자녀 성격 형성 및 사회적응에 있어 많은 문제들을 야기기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외에도 주변의 친구를 둘러싼 인간관계생활 속에서 나쁜 일에 부딪혔을 때에는 그 순간에 종지부를 찍어서 더 이상 손해를 입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처움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부풀려져 큰 사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쁜 일을 도화선으로 삼아 확대 재생산 한다면 언쟁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심각한 결과까지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작은 인물은 조그만 나쁜 일을 대재앙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아침마다 접하는 신문의 사회면에는 홧김에 살인을 저지르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람들의 기사가 어김없이 올라온다. 사실 이들 개개인의 사건을 유심히 살펴보면 애당초 그들에게 일어난 나쁜 일은 죽음에 이를 만큼 심각한 일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단지 그들에게 닥친 나쁜 일을 원점에 그대로 놔두지 못했기에 결국엔 수백 배에 달하는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행동에 옮긴다면 건전한 삶을 살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핵심은 그 문제의 본질을 알고 깊게, 그리고 멀리 헤아리는 생각으로 대응을 할 때 해결이 가능하다. 생각의 시작과 결과를 신중하게 내다보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