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다.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나고 운동장 앞 은행나무 잎에는 노란 물이 들어가고 있다. 시간은 시위 떠난 화살 같다하였지! 제아무리 민첩한 이라도 붙잡기 힘들다. 제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세월 가는 것은 막아설 수도 없다. 그 어떤 절세의 미인도 가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잖은가. 그래서 옛사람들은 ‘애일(愛日)’을 얘기했는지 모른다. “하루하루를 사랑하라”고!
매일 아침 은행은 나에게 새로운 돈을 넣어준다고 가정을 해보자. 매일 밤 그날의 남은 돈은 남김없이 불살라 없어지게 된다. 그러니 그날의 돈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손해는 오로지 자신이 보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내일로 연장시킬 수도 없다. 단지 오늘 현재의 잔고를 갖고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건강과 행복과 성공을 위해 최대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뽑아 써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마치 이런 은행이 넣어주는 돈과도 같다. 매일 아침 86,400초가 우리에게 주어지고, 매일 밤 우리가 좋은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진 시간은 그냥 없어져 버릴 뿐이다. 잔액은 없다.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없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하루는 최선을 다해 보내야 하는 것 만이 인간의 길이다. 오늘이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그래서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른다.
1년의 가치를 알고 싶다면, 고시에서 떨어진 학생에게 물어보라 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번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멵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수험생 가슴은 달아 오른다. 한 달의 가치를 알고 싶으시다면, 미숙아를 낳은 어머니를 찾아가 물어보라 했다. 1주의 가치는 신문 편집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분의 가치는 열차를 놓친 사람에게,
실제로 우리 가족이 서울에 가기 위해 표를 가지고 택시를 탔다. 예상보다 길이 막혔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손자를 가슴에 품은 딸과 아내, 그리고 나 모두가 마음이 불안해 졌다. 열차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택시는 길이 막혀 정상의 길로는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가지 않아야 할 길을 택시는 가는 것이다.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기 위하여… 그래도 마음은 불안 중.
최선을 다해 달리고 달려 조금 앞서 간 나는 열차 문 앞에 섰지만 딸과 아내는 10미터 뒤에 따라 왔다. 1분 이내의 시간차이다. 열차는 출발했다. 아쉬움의 순간이었다. 이제 열차는 떠나고 온 몸에는 식은 땀이 베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추석명절이다보니 좌석은 없고. 비행기로 갈까? 좌석이 없다. 이제 가는 길은 다음 차를 타는데 좌석의 보장이 없었다. 불안의 연속. 다행히 다음 열차를 타긴 했지만 아주 늦은 시간에 서울에 도착했다. 평소 부드럽던 아내의 눈초리도 달라 보인다. 모든 것이 준비 부족때문이었다. 이것이 만일 미국에 가는 비행기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다. 1분의 지각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1분이 이렇게 소중한 것임을 나이 60이 되어 깨닫는 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