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은 일본인들은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도 장래 희망이 야구라고 하는 비율이 선두를 차지한다. 일본의 명문 팀 요미우리 자이언트의 선수로 활약하다 지금은 뉴욕 양키즈 소속 프로야구 선수가 된 마쓰이 히데키는 월드 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쳐 최우수선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마쓰이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그를 야구천재 이치로와 비교하곤 한다. 이치로는 날쌘돌이 형으로 자유자재로 공을 치는 야구에 천재적 소질이 있는 선수이다. 그러나 그는 시합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거침없는 언사와 비아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국과의 경기가 있을 때도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의 오만한 태도를 잊지 못할 것이다.
반면 마쓰이는 아무리 힘들거나 귀찮아도 거만한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또한, 개인 성적을 중요시하는 이치로와는 달리 마쓰이는 팀 승리가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실적은 이치로가 한수 위지만 팀 동료와 불화가 잦은 이치로와는 달리 마쓰이는 가장 신뢰하는 동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마쓰이 뒤에는 선수보다는 인간이 먼저임을 항상 강조하는 아버지가 계셨다.
마쓰이가 중학생 때의 일로, 식사자리에서 무심코 친구 험담을 하자 아버지 마사오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 욕을 하는 것만큼 역겨운 일은 없다. 앞으로 그렇지 않겠다고 바로 여기서 다짐해라” 고 지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마쓰이는 이일 이후 다른 사람의 험담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프로로 진출한 마쓰이가 20살 때 최연소 4번 타자가 되어 일본 시리즈의 우승을 이끌었을 때 이시카와 현의 고향집에 돌아온 그는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과 팬들을 쭉 한번 둘러보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마쓰이를 불러다 놓고 이런 말을 했다.
“세상 사람들은 야구라고 하는 너의 극히 일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지, 너라는 인간 전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조금 전 너의 태도에는 명백히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또, 마쓰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남몰래 의연금을 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있을수록 낮추고 베풀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자녀의 교육에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