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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꿈과 희망이 무엇이길래?

얼마전 모 신문에서 뉴욕 할렘에 자리 잡은 7년전 세운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스쿨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교육에 관심을 가진 난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 학교 학생의 80%가 흑인, 나머지 20%는 히스패닉이다. 그런가하면 열 명 중 8명이 가난한 편부모 밑에서 자랐다. 이 학교는 지역적으로는 맨해튼의 유일한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8개 사립대) 컬럼비아대학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었지만 졸업생 가운데 거기 가본 적 있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이비리그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이란 단어조차 아이들에겐 생소했다니 그 학교의 교육성과를 알만도 하다.

그런데 이 데모크라시 프렙이 지난 뉴욕주 공립학교 중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니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거기에다 컬럼비아뿐 아니라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는 물론이고 연세대 깃발까지 빼곡히 달려 있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 된 것이다. 우리 나라 고 3에 해당하는 이 학교 예비 12학년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은 더 이상 꿈같은 동화가 아니라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던 교장의 한국식 교육 실험으로 할렘의 기적을 일궈낸 고등학교 이야기다.

학교 담장은 두 길 높이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어, 안에선 희망이 자라고 있지만 밖엔 절망뿐이었던 학교이다. 진저리처지는 가난, 오금이 저려오는 폭력. 이곳에서 탈출하게 해줄 유일한 동아줄이 바로 학교요 성적이었다는 것이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 경험이 있어서 이 할렘의 아이들에게 가르친 건 한국어, 봉산 탈춤·태권도를 가르쳤다니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한국의 교장을 뛰어 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그는 단순히 이런 교육만 한게 아니라 ‘나도 대학이란 곳에 갈 수도 있겠다는 꿈, ‘대학 가면 이 지긋지긋한 절망의 덫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일단 아이들 가슴 속에 꿈과 희망이 뿌리를 내리자 기적의 나무는 스스로 쑥쑥 자랐다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틈엔가 우리 아이들은 그런 절실함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피눈물을 쏟으며 벗어나고픈 가난도, 생각만 해도 눈물 나게 하는 고향의 가난한 부모님도 이젠 과거의 추억담이 됐다. 그런 아이들에게 꿈은 대학 가서나 꾸고 ‘닥치고 수능 성적부터 올리라’니 글자가 교실 허공을 둥둥 떠다니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 아닐까. 이제라도 늦지 않다. 학교 성적은 아무렇게나 받아도 된다고 이야기 하지 말자. 세상은 아직도 진정한 성적을 가진 자를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입학사정관제라는 틀 안에서 개개인 학생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이 할렘의 아이들에겐 내로라하는 강남 학원도, 족집게 과외 선생님도, 엄마의 치맛바람도 없었다. 다만 아이들 가슴 속에 학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꿈과 희망이란 씨앗을 뿌려주자 싹을 틔워나갔다. 물론 물주고 가꾸는 노력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짐작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가 교육에 대한 방향과 열정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 사이에 상당수의  아이들은 오늘도 학교가 재미없는 곳이 되고 있어 떠나는 것은 아닌가(?) 가슴에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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