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그렇게 고3 수험생의 하루하루는 지나간다. 그래도 비교과 체험활동도 간간히 있고 가뭄에 장맛비 내리듯 체육대회도 있고 나름 고비고비를 위태위태하게 지나간다. 요즘 고3들은 앨범에 집착하고 있다. 졸업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고3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앨범에 올릴 사진 때문이다. 사진관에서 뒤죽박죽 찍어 온 사진을 반에 맞게 배열도 하고 자기 사진도 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여고생의 어필이 강하다.
모두가 “왜 사진이 이렇게 나왔냐?”는 것이다. 혹은 “이건 내 사진이 아냐!”라고 막무가내다. 파일을 가져가 턱도 깎고 눈도 키우고 이상하게 뽀샵을 거쳐 완성한 파일을 원본 파일과 교체하길 원한다. 확인하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예쁜 사진을 꼭 이렇게 조잡한 사진으로 바꿔야 하겠냐면서 반문한다. 학생의 눈과 교사의 눈 차이는 지구를 한바퀴 돌만한 거리감이다.
선생님은 조용하게 원본 파일을 권한다. 학생은 펄쩍펄쩍 뛰면서 손자까지 이 앨범을 본다면서 나의 한평생이 달렸다고 강변한다. 교사도 어쩔 수 없다. 두손 두발을 든다. 다른 학생을 불러본다. 의견을 한 번 제시하라고 해본다. 그 학생은 말이 없다. 교사편도 학생편도 들지 않는다. 조용히 웃는다. 물론 자신이 자기 얼굴을 보는 것과 타인이 그 사진을 보는 것과도 차이는 있긴 하다. 하지만 그 학생도 같은 처지의 학생 편을 들고 싶은가 보다.
방법이 없다. 세월이 흘러 책장에 꽂혀 있는 낡을 앨범을 다시 보기 전엔. 또 한 번 아날로그 시대 교사와 디지털 시대 학생의 충돌이다. 파장이 만만찮다. 디지털로 가는 게 대세겠지? 봄 나들이 때의 우리반 단체 사진을 한 번 보시라. 디지털로 교사를 학생 가까이로 옮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