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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결석과의 전쟁


일년에 두 번은 혼자 교실청소를 한다. 개학식과 종업식이 있는 날이다. 첫 날과 마지막날엔 왠지 청소를 한다는 게 아이들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터에, 내가 청소를 할 터이니 집에 가라고 하면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다그치면 그제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쏜살같이 내뺀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인생이라지만 정해진 시간동안 아이들과의 만남은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학년이 끝나면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게되고, 새학기 처음 만나는 아이들 생각에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나만의 시간을 통해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새롭게 다가올 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혼자만의 청소를 시작하게 되었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로 다시 옮겨 청소를 하고 있자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100일 동안 결석 없는 반에 자장면 파티를 열어 주자는 동료교사의 제의를 술기운 탓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러나 그 반은 신입생이었고 내가 맡은 반은 학교에서 제일 결석이 많기로 유명한 졸업반이었기에 상대가 되지 못하다는 것을, 다음날 술기운이 가신 다음에야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미 약속은 해 놓은 상태라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숙사가 없어 반 구성원의 대부분인 외지 학생들은 자취를 하거나 장거리 통학생이어서 결석의 소지는 항상 안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100일 동안 무결석이면 가장 멋있는 졸업파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 다음날부터 결석단속을 시작했다.

통학생 등교독려 전화 걸기, 출근길에 자취생 깨우기 등 '결석과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한 달이 넘어 40일을 지날 즈음 칠판에 D-day가 표시되기 시작하더니 어쩌다 지각생이 생기면 학생들이 오히려 불안해했다.

물론 약속은 지켜졌고 가장 추억에 남는 파티도 있었다. 나약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게 있더라는 신념만큼은 앞으로도 심어주고 싶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깨달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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