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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교원의 역할

어느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지극히 순진하고 바깥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만은 매우 강했다. 모이면 불평이 많았고 하는 일이 잘못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일쑤였다. 그들 중에는 젊은이와 나이든 원로들이 있었는데 젊은이들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말로는 교육논리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행동을 보면 정치논리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 사고방식을 갖고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가난과 전쟁을 모르면서 비교적 풍요속에서 자랐다. 그들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가난이 아니라 권위주의나 독재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흔히 사용하던 `불가능은 없다', `하면 된다'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객관적 기준보다 자기의 주관적 판단을 더 중시한다. 이들이 바로 오늘의 학교현장의 교사들이다.

그들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학교장의 지도력과 같은 기존의 권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다.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면서도 정작 큰 일에는 침묵한다. 자신은 사리분별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그렇게 인정해 주지 않아 답답해한다. 짜증나고 화난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돌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던진 돌은 하늘 높이 올라가서 구름을 뚫고 한없이 날아가다가 드디어 땅으로 향했다.

그들의 분노를 달래지 못한 무능한 교장, 교감들의 머리 위에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돌들은 마침내 던진 사람들의 머리 위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의 교직사회다. 외부의 세계에서 보면 학교 교사들은 무책임하며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어느 공직사회보다 활기가 넘치고 덜 썩었다고 본다. 우리네끼리 험집내고 발목잡다보니 우리 모두가 무능하고 부패한 것처럼 비쳐지고 만 것이다.

오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립과 반목, 갈등과 마찰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이 허탈감, 배신감, 울고 싶은 마음, 어쩌면 교직 사회 전체가 집단 우울증에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아래 계속 혼쭐이 나고 학교를 후원해야 할 학부모단체까지 나서서 학교를 비판하고 있다. 학교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고 부적격 교원 퇴출이 논의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 자신부터 곰곰이 돌아봐야 한다.

학교는 점점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학교장이 학교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의 의견을 자주 들으면 눈치본다고 야단이고, 제대로 듣지 않으면 독선 독주한다고 비판한다. 도무지 교장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 교장의 영이 서지 않는 학교에 교사들의 영이 설 리가 없다. 학생들 앞에 선 교사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옷깃을 여미고 바로 앉아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다같이 생각해 보자.

첫째, 학교사회에 다시 영(令)을 세워야 한다. 교장과 교사의 영이 살아나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교육정책당국자나 학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로만 생각해 왔다. 그들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 교사들이 교장의 권위를 세워주면 교사들의 권위도 자연스레 세워질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권위주의이지 권위가 아니다. 스승으로서의 권위는 우리 스스로 지키고 복원시켜야 한다.

둘째, 모든 교육자들은 협동 단결해야 한다. 교직사회를 모래알 사회라고 하는 비판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우리모두는 교육공동체다. 한 배를 탄 동반자다. 선배를 존중하고 후배를 사랑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돕는 우리네 옛날의 교직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매사를 `내 탓이야' `내가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남을 배려하면서 살자.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다 친절하고 희생적이고 봉사적이어야 한다. 학부모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 우리가 먼저 학부모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셋째, 살아 있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한다. 교육개혁은 시대적 요청이며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 나가야 할 과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학교의 실체와 교사들의 입장을 정책 당국에 정확히 알리지 못했고 더구나 교육정책에 우리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 이제 우리들은 모여야 한다.

갈증은 우리들 스스로 풀어야 한다. 초·중·고·대학의 현장교원이 모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지혜를 짜내어 한국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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