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부터 교사를 했으니 올해로 17년째다. 그동안 13번 담임을 맡았고 4번의 비담임을 경험했다. 비담임은 업무 특성상 학생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동아리를 맡는다거나, 수업 들어가는 반 중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학생이 있다면 모를까 마치 학원 선생님처럼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대한다.
작년에 3학년 담임을 3년째 맡으면서 나 자신이 변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담임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담임이 되려고 우선 청소부터 하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4시부터 4시 20분까지 20분 동안 청소 시간이다. 평상 시 같으면 청소 구역을 정해 놓고 청소를 잘 끝냈는지 점검하는 것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번에는 직접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었다. 사물함을 들어내고 쌓인 먼지를 쓸었으며, 신문지와 걸레로 유리창을 닦았고, 계단은 물을 뿌려가며 박박 닦았다. 또 교실 바닥에, 이것이 껌인지 콘크리트인지 모를 화석화된 껌을 껌 제거기를 이용해 긁어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청소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2학년 담임으로 내려오면서 아예 처음부터 아이들과 청소를 같이 했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직접 청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놀라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옆 반 학생들도 구경하기 시작했다.
청소에는 힘이 있다. 주위가 깨끗하면 아이들도 집중한다. 어떤 사무실에 방문해 보면 그 구성원들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정수기 물 받침에 고인 물이 오래되었다면, 최소한 그 사무실 책임자는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12일 7교시에 환경미화심사를 했다. 결과는 아직 모르나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반이 우리 학교에 제일 깨끗한 반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