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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내가 무박2일 150리 걷기를 하는 이유





걷기는 인간이 생명을 연장하는 원초적인 본능 중에 하나이다. 수렵과 유목생활의 근본은 걷기인 것이다. 걷기는 자신 외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행위이다. 옆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지켜봐 줄 수는 있어도 결국 걷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24일 밤 9시쯤 창동역 앞에 모인 아이들은 사진 촬영을 한 후 자신이 알고 있는 수도 서울에 대한 지식들을 친구들과 나누며 걷기 시작했다. 이번 학생들은 졸업생들로부터 정보를 얻어서인지 준비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밴드에 파스 등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을 살필 수 있었다. 두 시간 뒤 고려대학교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조금 지쳐 있었다. 휴식 후 청계천을 지나 서울역, 여의도, 영등포, 구로역 근처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활기를 잃어갔고 결국 틈만 나면 주저앉았고 어떤 아이들은 눕기까지 했다.

평소 같으면 누가 길바닥에 앉아 쉬겠는가? 더군다나 감수성이 예민한 고1,2학년 학생들이 말이다. 결국 걷기, 아니 ‘힘듦’이 그들의 가치관을 바꾸었다. 아이들은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게 되었고, 이때부터 아이들로부터 공부하는 것이 걷는 것보다 쉽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부천시 간의 도계를 넘을 때에 선생님 두 분이 그만두셨고 아이들 몇 명도 낙오되었다. 서울 북동쪽 끝에서 남서쪽 끝까지 4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8시간 내외 걸어왔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부천을 지나면서 나에게도 졸음이 엄습해 왔다. 잠시 휴식시간에는 얼마나 졸린지 가로수를 부둥켜안고 졸고 있었다. 나 또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출발할 때 몸이 안 좋았기에 구실도 있겠다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려는 순간 내가 포기하면 분명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겠구나 생각하고 이 악물고 걸었다. 다행히 부천역에서 선생님 몇 분이 나와 계셨기에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이제 선두에 서는 것이 아니라 후미에 있으면서 천천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위로가 되었다.

지친 몸을 뒤로하며 걷기는 마무리되었고 힘들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내년에도 이 행사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실시된다면 내 나이도 나이니만큼 가급적 뒤에서 응원해 주는 쪽에 서고 싶다.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차량 지원을 해 주셨던 강화중 선생님, 함께 걸어준 김해웅, 김성수, 정대귀, 윤종선, 김진규, 명수길, 정종록, 이수경, 조성문, 정지은 선생님께도 거듭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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