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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선규의 고민


1학년 2학기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에 '고민'이라는 낱말이 나왔다.

"선생님, 고민이 뭐예요?"하고 질문하자 다른 아이가 "걱정거리"하고 대답했다.
"그래, 선규가 제대로 알고 있구나"하고 칭찬해주었더니 아이는 더 신이 나서 손을 들고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요, 고민 있어요"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할머니는 배가 너무 뚱뚱하게 나왔어요. 거기다가 쭈글쭈글해요."

"선규야, 그건 절대 고민거리가 아니다. 너희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어른도 오래 사시면 누구나 늙고 쭈글쭈글해진단다. 운동장가의 저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렴. 너희들 팔로 서너 아름이 넘고 거기다 나무의 허리가 썩어 구멍이 뚫렸잖아. 그 구멍 속으로 청솔모, 다람쥐가 드나드는 집이 되어 주기도 하지. 몸에 상처가 나고 아파도 튼튼한 뿌리로 양분을 빨아올려 크고 넓은 나뭇가지며 이파리들을 키워낸단다. 너희들은 나무그늘에서 뜨거운 햇살을 가리고 시원하게 지내지? 저 든든한 나무처럼 할머니께서 쭈글쭈글해지시는 건 지극히 할머니다워지는 것이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 할머니는 지혜와 슬기를 많이 지니고 계셔."

"선생님, 이제 고민이 풀렸어요."
선규의 눈동자에서 안심하는 빛을 읽었다.

아침마다 직장에 나가는 젊은 엄마와 대조를 이루는 늙으신 할머니. 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여리디 여린 마음에 나름대로 고민을 내보이는 선규가 귀여웠다.

어설프지만 솔직한 선규의 그림일기에는 감기가 심하게 들어 밥을 못 먹을 때 죽을 쑤어주시며 정성을 쏟으시는 할머니, 선규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장난감 부메랑을 척척 찾아주시는 자상하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나타나있다.

새순이 푸르러지듯 선규의 고운 마음이 더 많이 자라 할머니의 늙음까지 있는 그대로 존경하게 될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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