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축제가 많아서 취향에 맞는 주제를 골라 여러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면서 볼 수 있는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지역 활성화 목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다. 열차를 이용하여 장거리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날은 바로 내 옆 편에 두 분이 앉아 계시는데 50대 중반 정도 되는 부부모습 이었던 것 같다. 순천을 출발 천안에서 내렸는데 가는 동안 보기에도 닭살스런 부부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금슬이 좋아 보였다. 음식을 함께 나누어 드시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잘 늙어 가는 분들이구나 할 정도로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두 분이 내리고 나서 그 좌석을 보니 아무것도 정리를 해 놓지 않고 내리셨다. 먹다 남은 귤은 탁자 위에 있고, 보던 신문은 구겨서 옆에 놓인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그분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그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있다가 앞자리의 건너편에 계신 분이 보였는데 40대 후반 정도로 사업하는 분으로 보였다. 그분은 수원에서 내리셨는데 컴퓨터를 하다가 내릴 때가 되자 전원도 끄고 주변을 다 정리하고, 일어서서도 주변을 다시 한번 살피고 자기가 버려야 할 것은 다 챙겨서 가지고 갔다.
이 두 경우를 보면서 물론 정리를 강제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누가 흉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은 20~30초 정도 주변을 살펴서 정리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천안에서 내렸던 부부의 경우는 정리가 몸에 베어 있는 거 같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필자는 ‘사람이라는 것이 교양, 품격, 품위라는 것도 아주 사소하지만 저런 경우에도 표시가 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양이라는 것이 아주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스스로가 품위 있고, 품격 있게 행동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축적이 되면서 교양이라는 것이 생겨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가 대접받을 수 있게끔 행동할 때 타인들로부터 기대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교양이란 꼭 많이 배우고 좋은 대학을 나와서가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쌓이면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어려서부터 올바른 식탁예절, 휴지줍기, 주변 정리하기, 신발 바르게 신고 벗기 등을 몸에 베게 한다면 이는 분명히 교양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우리 사회는 기본 질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기본질서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도 다 알고 있다. 이를 잘 지키게 하는 것이 도덕 교육의 출발이다. 우리는 우리 생활의 모든 면에서 좀 더 품위 있고 품격이 있도록 스스로도 대접하고 타인에게도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좀더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오늘날 같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에 매너가 좋으면 취업하는데 매우 유리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역량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