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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초 사태를 보며..."여교사 차 접대 사라져야"


교육계를 엄청난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간 충남 보성초의 서 교장 자살사건에 대한 논란은 경찰 수사가 끝나야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됐다. 그러나 이번 '대지진'의 진앙지는 여교사의 '차 시중'이었다고 한다.

관련 단체들의 대응이 정당하고 적절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차 시중'라고 하는 사안으로 논의의 폭을 좁혀 보기로 하자. 옛 스승이자 지금은 교육계의 선배이신 교장 선생님께 차 한 잔 타 드리는 것이 뭐 그리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거부하고, 서면사과까지 요구하고, 결국 죽음으로까지 내몰 일인가.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정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 사안은 개인적인 관점이나 사적인 영역의 일로 간주하고 정서적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 고인과 유족들에게 누가 되더라도 나의 무례함을 자책하며 몇 가지 언급하려 한다.

여교사의 차 접대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9년 어느 늦은 퇴근길, 광화문 네 거리의 일간 신문 전광판에 '교육부, 여교사 차 접대업무 시정권고' 라는 뉴스가 뜬 것을 보고, 이것이 주요 뉴스가 되는 현실과 여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안타까워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아직도 꽤 많은 학교에서 업무 분장에 '차 접대' 항목이 있고 학교의 재정 형편 상 사람을 더 쓸 수 없는 경우 그 일은 여교사의 차지가 되고 만다. 업무 분장이 무엇인가. 학교의 일들을 서로 나누어 역할을 수행하는 문서화된 공적 약속이자 책임이 따르는 행위다. 여교사의 '차 접대'는 바로 성별에 따른 업무 분장의 관행에서 비롯된다.

한국여성개발원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직도 많은 교사(37.1%)들이 학교에서 성별이 업무 분장의 중요한 준거가 되고 있고 또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교사의 성별과 학교급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남교사(45%)가 여교사(30%)보다, 중학교(30.7%)보다 초등학교(40%)에서 성별 업무 분장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기피하는 업무 사례를 보면 남교사의 경우 '여교사 고유 업무라고 생각되는 일'이 가장 많은 반면 여교사는 10% 정도가 '차 접대'로 나타났다. 차 접대 기피 사례의 경향은 중학교(3.5%)보다 초등학교(15.7%)에서 높게 나타나 이런 업무 분장이 초등학교 여교사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남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모 중학교 남자 교감선생님은 "차 접대나 안내 등은 남교사에게 시킬 수 없지 않은가. 차량 주차 안내를 여교사가 맡으면 학교 방문자들이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 여성비하 차원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업무 분장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별에 따른 업무 분장에 대해서 세대 간, 성별 간, 지역 간, 직급 간의 정서와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업무 분장의 관행이 계속된다면 교사들 간의 불만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업무 분장의 준거는 성별이 아니라 '능력'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서 결정해야 한다.

차 접대는 수업 준비나 연구 활동과 무관한 잡무일 뿐만 아니라 이를 여교사의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는 관행은 교사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행위다. 이러한 관행은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교사 또는 남교사, 평교사 또는 관리직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초등 여교사 비율은 70%를 넘고 중학교도 57%에 이른다. 교단의 주역으로 당당히 서야 할 여교사들이 아직도 성별 업무 분장의 관행에 갇혀 있다면 교육의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여교사의 차 접대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고, 성별 위계적인 인식도 없어져야 한다. 그것이 선진적 교직사회이고 미래지향적 학교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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