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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스파이 명월'의 시청자 모욕죄

우여곡절 끝에 KBS 월화 드라마 ‘스파이 명월’이 종영되었다. ‘우여곡절 끝에’라고 말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주연배우 한예슬(한명월 역)의 촬영거부로 인한, 거의 사상 초유의 결방(8월 15일 11회분) 사태까지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한예슬의 돌발행동이 많은 파장을 일으켰음은 말할 나위 없다. “오죽 열악했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과 “그래도 그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는 질타까지 설왕설래했다. 저조한 시청률의 ‘스파이 명월’이 결방이라는 악재로 갑자기 ‘뜨게’ 된 것은 아이러니칼하다.

저조한 시청률에다가 주연배우의 촬영거부로 인한 결방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스파이 명월’이 끝까지 간 것은 어쨌든 장한 일이다. 만약 조기종영했더라면 ‘개인’ 한예슬보다 거대 방송 KBS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했을 테니까. 

속내는 어떨망정 KBS가 ‘대의’를 위해 한예슬을 너그럽게 포용했다하더라도 일반 시청자들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드라마의 열악한 촬영현실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그렇더라도 한예슬로 인한 결방이 ‘시청자 모욕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상한 것은 그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도 불구하고 결방 이후 드라마가 뜨지 않은 점이다. 지난 6일 2회 연속 방송, 18회로 막을 내린 ‘스파이 명월’의 시청률은 17회 6.4%, 18회 5.2%(AGB닐슨 미디어리서치)였다. 7월 11일 시작이래 한자릿수 시청률에서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한 셈이다.

사실 ‘스파이 명월’은 야구, 한류, 오디션, 해외촬영 등 대중문화의 아이콘내지 드라마가 뜰만한 요소를 죄 동원, 관심을 모았다. 거기에 남파간첩의 한류스타 포섭→결혼→월북이라는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엉뚱한 소재가 흥미를 더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만 주 시청층을 놓친 셈이 되었다. 코미디라는 전반적 흐름에 동조하는건 10대 및 20대 초반층이다. 그들에게 간첩이야기는 까마득히 먼 전설 같은 소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동력을 상실한, 다소 어정쩡한 드라마가 되고만 것이다.

동력 상실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개념스런’ 연출이다. 기본적으로 코믹모드라는 점을 인정한다해도 그렇다. 가령 북한 군사교본을 침대 옆 서랍에서 꺼내고 있다. 또 와인바와 호텔 앞 등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장소에서도 ‘소좌 동지’, ‘한명월 동무’라 서로 부르길 예사로 한다.

아무런 개념없이 본다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생각있는 시청자라면 그냥 넘어갈 대목이 아니다. 아무리 드라마일망정 너무 황당하다. 극중 리얼리티나 박진감에 대한 고민없이 대박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한 키워드 중 하나인 남북관계의 진지함을 놓친 것도 그렇다.

그렇더라도 한예슬의 촬영거부 이후까지를 포함한 코믹 연기 등 실연(實演)은 높이 살만하다. 한명월이 교통사고로 죽었나 싶었는데 1년 만에 다시 나타나 강우(에릭)와 결혼하는 해피엔딩도 볼만하다. 막가파식으로 잔뜩 벌여놓고 끝에 주인공을 ‘죽이는’ 상투적 결말보다는 오히려 나아 보여서다. 말 안되는 전개이긴 하지만, 남·북화합 차원에서라도 그럴 듯하지 않은가?

그 연장선에서 최류(이진욱)를 비롯한 간첩들에 대한 인간적 모습 묘사는 당연하다. 자수하여 대한민국 품에 안긴 옥순(유지인)·희복(조형기) 부부라든가 최류를 어느새 사랑하게된 인아(장희진) 등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가야지 싶다. 말할 나위 없이 꽉 막힌 이명박 정부의 남·북한 관계를 떠올리며 해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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