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학교 전문성 문화와 수석교사제

지난 6월 29일 국회는 수석교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석교사제는 1981년부터 추진된 대표적인 교원정책으로, 수업능력이 탁월한 교사가 학교 내에서 교수법과 평가방법을 연구하고 후배교사의 수업지도를 도와주는 제도이다.

앞으로 수석교사제가 교직사회에 고착화된 관리직 위주의 승진체계 병리현상들을 해소하고 교사 본연의 가르치는 업무가 존중되고 동료교사 멘토링, 수업컨설팅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학교조직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제도가 기존의 ‘행정직으로의 승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교수 행위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켜 나가면서 느끼는 희열과 보람 그 자체보다 위계 구조의 상층에 올라선다는 데 방점이 찍히지 않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든다.

Maslow의 욕구 계층이론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낮은 차원의 욕구가 기본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보다 높은 차원의 욕구는 행동의 동기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일리가 있다. 수많은 15년차 이상의 교사 중에서 일부 교사만이 수석교사로 인정받는 시스템에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교수행위가 수단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교사 본연의 가르치는 업무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직승진체계를 교수체계와 관리체계로 이분화했다는 점에서 수석교사제는 진일보(進一步)한 제도이나, 이 역시 학교를 단순한 수동적 객체로 보면서 학교의 활동을 외부에서 설정·제시하고 그 수행과정과 결과를 역시 조직 외부에서 감독하고 평가하고 보상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전문성 문화와 학습공동체로서의 학교다. 서로의 의도를 모른 채 이면교류를 하는 식으로 의사소통하는 ‘자폐적 문화’에서 ‘전문적 문화’, 즉 모두 한 마음으로 공동의 목적을 지향하며 힘을 합하는 공동체적 협동과 책임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곳이 학습공동체이다.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권위가 아름답게 풍겨나 고수(高手) 교사의 권위가 존중받고 흠모되는 문화가 학습공동체에는 형성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문화가 학교 내에 형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고수(高手)가 하수(下手)들의 전문성 향상을 돕고, 하수 또한 이를 기뻐하는 가운데, 함께 성장을 이루어가는 외부에서 가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시스템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리 완벽하지 못하다.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도 신규교사가 도움을 청하기 전에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지켜보게 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선생님이라고 다 같은 선생님은 아닌데, 고수와 하수의 능력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인지 교사들은 상호간에 너무 조심스럽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학교 조직에서 전문성 문화가 정착되기 전에 수석교사제가 시행된다면, 단기적으로 교수행위가 수단화 되는 과도기적 현상이 왕왕 일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석교사제 덕분에 학교 전문성 문화와 학습공동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맛보아도 괜찮은 구더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