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전, 경기도 안양 A초등학교에서 2년간 축구부 주무를 맡아서 축구부를 지도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지원금이 전무한 상태였다.
학부모들 또한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돈 많이 드는 학원은 못 보내고 쪼개고 쪼개서 축구라도 시키자는 게 당시 학부모들의 생각이었다. 유휴교실을 합숙소로 사용하고 합숙경비와 빨래하기, 밥하기 등은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서 봉사토록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름이면 찜통속에서, 겨울이면 냉방침상에서 잠을 자야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헌신적으로 도왔고 하늘도 감동했는지 우리학교 축구부는 전국 소년체전, 시·도 대항 축구대회 등에 도대표로 선발 출전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다. 아직까지도 그때 제자들을 가끔 만나 술자리도 같이 하고 결혼할 때 주례도 맡기도 했지만 지금 또다시 축구부를 육성하라면 차라리 사표를 낼 망정 그것만은 사양할 것 같다.
얼마전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의 참사 보도를 접하고는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채 피지도 못하고 한 줌의 재로 사라지다니…'하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는 단연코 국가의 책임이다. 구조적으로 잘못된 줄 뻔히 알면서도 몇 십년을 그렇게 방치해 왔다는 것은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지시만 있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고,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고 잘못되면 죄인처럼 내 몰리는 게 초등 운동부의 일반적 사례이다.
지금 모든 학교장들은 운동선수 육성을 회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학교 전통이라며 동문들이 야단이고, 교육청 또한 의무지정된 육상에다 1교1기 운동종목을 추가 지정해 오고 있으니 말이다.
운동부 육성을 하려면 똑바로, 철저히 지원해가며 시켜야할 것이다. 초등학교 체육선수 육성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하고싶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운동부에 들어오고, 학부모 역시 자녀가 운동부에 뽑힌 것을 자랑으로 여기도록 최대한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천안초 축구부 어린이들의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를 바치며, 부상으로 병원에서 신음하는 나머지 어린이들이 하루 빨리 쾌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