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오후 2시부터 전남도교육청이 주최하는 교육발전을 위한 공청회가 전남교육연수원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광양여자중학교 3학년 전혜진 학생이 참가했다. 아마 학생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발표하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전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요즈음 교육에 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교육에 관한 여러 정책이 제시되고 있고 그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앞으로 내가 받게 될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전남 교육정책 공청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이번에 발표하게 될 분야는 ‘수업혁신’이었다. 수업혁신 방안에 대해 학생들의 입장에서 내용을 발표해야 했다. 어떤 내용으로 발표를 해야 할지 많이 고민되고 막막했지만 평소 학교 수업에 대해 아쉬운 점과 선생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학생 중심의 수업이란 주제나 수업 활동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책을 보며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만 하는 수업보다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일 때 학생들은 더 큰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의 듣기 위주 수업은 다른 생각을 하거나 졸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주제가 있는 발표수업이다. 이 수업은 많이 실행되고 있기도 하고 가장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이다. 주제가 있는 발표 중심의 수업은 그 주제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조금 더 창의적이고 색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한 주제에 대해 많은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고 색다른 관점에서 주제를 바라보게 되어 더 넓은 사고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을 할 때에는 앞서 친구들이 말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생각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수업 내용에 조금 더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스스로 참여한 주제 중심의 발표수업은 기억에 오래 남고 관련 책을 볼 때마다 발표하던 내용들이 생각나 공부하기 수월하다. 또 자주 참여하다 보면 말하기 훈련과 듣기 훈련이 함께 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경청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하지만 주제 중심의 발표수업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발표를 주저하는 것이다. 틀릴까봐 걱정도 되고 내 생각을 말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선생님들께서는 평소 수업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정답일 수 있음을 알려 주셨으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곳에서 창의적인 사고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발표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기다려주는 여유를 발휘하신다면 학생들은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 “저요” “저요” “선생님, 제가 발표하겠습니다”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주제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선생님이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의 경험과 상상력을 자극해 이끌어 주신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 또한 선생님을 제외한 모두가 친구들이므로 친구에게 말하듯이 발표하고 선생님은 발표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시면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편안하게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모둠토의 수업이 있다. 모둠토의 수업은 보통 4명에서 6명(우리학교는 학급 당 학생 수가 36명이어서 작년 국어선생님은 9모둠이 아닌 6모둠을 편성하셨다) 정도로 모둠을 이루는데, 수가 적은 경우가 의견을 나누거나 함께 과제를 해결하기 수월하다. 모둠수업을 하다 보면 모둠원끼리 생각을 교환할 수 있고 혼자 하기 벅찬 내용도 함께 잘 해결할 수 있다. 모둠이 이루어지면 각 모둠원의 재능을 잘 살려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서신문 만들기’수업에 대하여 역할분담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즐기는 친구는 자료를 수집하여 기획하고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친구는 사설을 담당하고 글씨를 예쁘게 쓰는 친구는 글씨를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는 만화를 담당하는 등의 재능을 펼칠 수 있다. 평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던 친구들도 이러한 활동들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또 모둠토의 수업에서는 모르는 부분들을 서로 알려줄 수 있어 좋다. 가끔은 선생님의 수업을 이해한 친구의 언어로 설명을 듣는 편이 훨씬 이해가 잘 되기도 한다. 또래의 언어로 설명을 하기 때문이다. 모둠토의 수업은 이렇게 학생들이 상호간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모둠토의 수업을 하게 되면 잡담을 주고받거나 장난을 치는 등 수업을 방해하는 친구들이 가끔 생긴다. 그럴 때에는 선생님께서 그 모둠에 다가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눈을 맞추며 예시를 통한 주제 관련 이야기로 되돌리기를 해주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할 수 있어 잡담이 줄어든다. 그리고 시간이 주어지면 학생들은 모둠토의 내용의 수정 보완을 위해 조금 더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모둠토의 수업을 하다 보면 친구관계도 돈독해지고 서로 협동하고 일을 분담하게 되어 학생 개개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A중학교의 2학년 학생들은 국어수업시간 모둠토의 수업을 하기로 하였다.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 중 ‘조필현이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사람을 치었다. 근데 그 사람은 자신의 아들이었다. 여러분이라면 누구에게 먼저 가겠는가?’라는 주제였다. 학생들은 열띤 모둠토의를 했고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말했다. 다양한 의견 중 다음과 같은 토의 결과들을 발표하였다. ‘영상통화를 통해 어머니를 뵙고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같은 병원으로 옮겨 함께 본다’ 등의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례 1)에서는 주제에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주인공 이름 등을 넣었다. 선생님께서 주제를 말씀하시자 학생들은 즐거워했고,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자신이 겪게 된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모둠토의 수업을 하니 더욱 열띤 발언들이 이루어졌고 다른 모둠의 색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발표한 것들에 공감하면서 친구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마지막으로 토론 수업이 있다. 토론수업은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학생들이 꺼려하는 수업 중 하나이다. 발언하는 친구들도 몇 없고 자료 준비를 충분히 해오지 않으면 수업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다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2) B중학교의 3학년 학생들은 영어시간 토론을 하기로 하였다. ‘성형수술’에 대해 토론을 하였고 학생들은 미리 배운 토론 용어들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성형문제여서인지 토론은 수월하게 잘 이루어졌고 모두가 의견을 한번 이상씩 말을 하는 방식을 택해 배운 표현들을 적용하여 모두 발언하였다.
사례 2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영어토론에서 ‘성형수술’이라는 쉬운 주제로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오늘날의 10대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의 성형 등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고 한 번쯤은 그에 대해 옳고 그름을 생각해 보았을 문제였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토론수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수업 자료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토론수업에서는 관심을 갖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주제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토론의 경우도 책 선정에서 '완득이'처럼 10대가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의 책으로 토론을 한다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훨씬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 학교 수업을 듣다보면 친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더 열심히 들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수업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수업 시작 전 활기차게 인사를 하는 선생님들이 인기가 많으셨다. 서로 인사를 하고 나면 존중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수업준비를 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질문을 하거나 반응을 살피는 선생님들의 수업이 집중도가 높았다. 수업 도중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되고 말로 내용을 되뇌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 또 학생들의 반응이나 이해도를 보면서 수업을 하면 대부분이 이해되지 않은 설명은 한 번 더 설명을 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반복해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예시나 사례를 정확히 들어주시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진짜 좋아하는 선생님들은 학생활동이 많아 수업이 재미있었다. 생각이 다른 우리들을 인정해 주고 자신감을 키워주셔서 다음 시간이 은근히 기다려졌다.
그러한 선생님들은 꾸짖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화를 내거나 벌을 주는 등의 방법보다도 좋은 말로 타이르거나, 경고를 재미난 방식으로 주는 선생님들이 인기가 많았다. 실제로 경고를 할 때 '축하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대부분이 잘 참여하고 웃으며 넘기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우리학교 46명 선생님들 모두가 참관하는 '배움의 공동체' 두 번째 공개수업에 참관할 기회를 얻었다. 5교시 후 전교생이 하교하고 2학년 한 반만 남아 수업을 하였다. 광양여중이 무지개학교가 되면서 학교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고 수업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 선생님들의 노력을 많은 학생들은 아직은 잘 모르고 있다. 학생들이 하교한 이후에도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매주 연수를 하거나 교사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조금이라도 더 학생들이 좋아할 수업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노력에 대해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께서 노력하시는 만큼 학생들도 선생님들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수업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학생으로서 공청회에 참여할 기회가 흔치 않을 텐데 참여하게 되어 무척 영광스럽다. 앞으로 나와 친구들, 그리고 동생들이 받게 될 교육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서 보람차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