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담임 선택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가슴이 먹먹해졌다. 맨처음 떠 올린 생각이 "혹시나 선택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지?"였다.
우선 학교에서는 담임대상자들에게 각자 1년간의 연간계획서를 제출하게 했다. 모든 선생님의 계획이 거의 비슷비슷했다. 깨끗한 교실, 약속 잘 지키는 학급, 조용한 학급, 열심히 공부하는 학급, 예의바른 학급을 만들겠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른 점들이 있었다. 앞에 나온 계획에다가 선생님들만의 특별한 계획이 들어갔다. 영어 선생님은 매일 영어단어를 외운다거나 영어 삶쓰기를 하는 계획을 보탰고, 국어 선생님은 특별한 독서 계획과 일기쓰기 등을 넣었다. 음악 선생님은 오전 자율학습시간에 음악 감상을 하는 내용을 계획했고, 수학 선생님은 아침자습시간을 이용하여 많은 수학 문제를 풀리겠다라는 계획도 세웠다. 어떤 선생님은 졸업생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거나 축구나 야구 같은 구기운동을 자주 하겠다라고도 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30개 학급의 담임을 선택하기 위해 30분의 선생님만 대상자로 올려놓았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정해진 대로 선생님을 선택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는 1,2,3 지망의 선택권이 있었다. 선택 전에 미리 각 담임 선생님이 될 후보자들의 프로필을 올리고 연간 계획서를 올려놓았다.
며칠 전부터 학생들은 선생님의 면면을 살피고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학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과학 선생님과 수학 선생님에게 관심이 많았고, 외국어고를 가려는 학생들은 외국어과 선생님들에게로 관심이 쏠렸다. 물론 예체능계로 진학을 고려하고 있던 학생들은 예체능계 선생님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한 선생님에게 대부분 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친구따라 강남을 간 아이들도 있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다 보니 그런 반은 수업하기가 만만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반마다 특색이 있으니 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것 같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나를 선택했다. 각각의 학생들이 나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했다. 영어교사라서, 재미있어서, 남자라서 혹은 같은 동네에 살아서 등이 그 이유이다. 그 모든 이유에 앞서 나를 선택해준 녀석들이라 그런지 정이 더 많이 간다.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잘 정착된다면 더 많은 긍정적인 측면이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