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날마다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항상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고,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고 “◯ ◯ 부탁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부탁받은 일을 해내는 경험을 통해 그 아이가 좀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번 학급활동에서 사회를 맡아줄래?”, “학급신문 원고를 써 보도록 해” 등 아이의 능력이나 성격, 적성을 고려하여 부탁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아이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그러한 부탁으로 마음이 위축되는 아이도 있다.
부탁하는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교사는 그 아이가 어떤 성과를 얻거나 자신감을 갖고, 교사에 대한 신뢰를 키울지를 충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교육적 배려다. 자신을 지명해서 일을 부탁했다는 기쁨에서 선생님에 대한 친근감이 더 깊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려나 기대를 바라고 아이에게 뭔가 부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이가 그 기대를 채워 주지 못할 때(특히 그 아이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경우), 교사의 실망은 클 것이다.
그래서 불쑥 “너한테는 두 번 다시 시키지 않겠어”하고 화난 듯이 내뱉는 경우가 있다. 말을 하고 나서 부주의한 말이었음을 깨닫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다. 이 말이 가진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커서, 아이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말이 된다. 아이가 “너한테는 두 번 다시 시키지 않겠어”라는 말을 들으면 반론할 여지가 없다.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힘껏 노력한 경우라면 더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교사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고 아이는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른다.
학생 중에는 많은 교사들이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담임의 입장에서 그 아이에게 어떻게든 용기를 북돋워 주려고, 그리고 생활에 탄력을 갖게 하려고 뭔가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부탁을 해도 받아주지 않을뿐더러 “왜 내가?” 라든가 “시간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그리고 시킨 일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아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너한테는 두 번 다시 시키지 않겠어”라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 말은 아이와 교사의 신뢰에 기반이 되는 인간 관계를 무너뜨린다. 특히 인간관계에 불신감을 가진 아이에게는 절대 금해야 하는 말이다.
아이와의 신뢰관계를 소중하게 하고 설령 기대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다음 기회라는 여유를 마련해 두어야한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경우 인내하면서 “그래, 너한테도 사정이 있었겠지? 유감이긴하다만 이번에는 다른 아이에게 부탁해 봐야겠다. 선생님은 네 힘을 빌리고 싶으니까, 다음에는 꼭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