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언제 저리도 많이 피었을까? 올 봄은 봄 같지가 않았다. 어깨를 펴려고 하면 추위가 몰려왔고, 숨 한번 깊게 쉬려고 하면 비가 내렸다. 봄에 눈도 내렸고, 황사도 유난히 심하였다. 봄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멀어지고 있다. 봄 같았지 않은 봄이었지만 봄은 틀림없는 봄인 모양이다. 그 사이에 보랏빛 꽃송이를 피워냈으니 말이다.
보랏빛 꽃들에 동심이 어린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배어 있다. 오동나무 꽃에서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은 것처럼 어린이들의 모습에서는 내일이 반짝이고 있다. 맑은 호수처럼 빛나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에 젖어들게 된다. 밝은 내일이 배어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감동이다.
5월의 어린이. 어린이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풋풋하다. 싱그러움이 발산하고 있어 감동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5월의 어린이 모습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5월의 어린이다.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어서 어린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가정의 달이어서 어린이를 대하는 마음이 새로워진다. 날마다 보는 어린이들이지만 5월에 보는 어린이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다.
5월의 어린이는 우선 눈동자부터 다르다. 초롱초롱 빛나는 모습이 마음을 잡아버린다. 티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마음을 드러내면서 까르르 웃는 모습은 세상의 그 어떤 보석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다면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가정의 달이기에 어린이는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오고 더욱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동나무 꽃이 바람에 흔들리면 금방이라도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맑은 마음이 샘솟는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어린이의 해맑은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진다. 어린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행복을 누리게 되니,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행복을 만지면서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을 만들어주는 교육. 행복을 주는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를 바르게 교육하면 되는 일이다. 바른 교육이란 무엇일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교육이란 사람다운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요, 나 아닌 모든 사람에게 감사할 줄 알게 가르치는 것이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다. 그 대상이 누구이던 간에 사랑할 줄 모르면 그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다. 사랑할 수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기쁨을 함께 할수 있는 사람으로 가르쳐야 한다. 혼자 기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면 자연 슬픔도 함께 할수 있게 된다. 기쁨과 슬픔은 일심동체다. 기쁨을 나눌 수 있으면 슬픔도 함께 따라다니게 되고, 이 둘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적어도 이 세 가지는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5월의 어린이를 보고 오동나무 꽃을 본다. 어린이들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보고 오동나무 꽃을 통해 5월의 눈부심을 누린다.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있어 오월이 더욱 더 환해진다. 오동나무 꽃이 피어나기에 5월은 돋보이고 어린이의 맑은 동심이 있어 5월이 더욱 더 친근해진다. 올 5월도 어김없이 멀어지고 있다. 붙잡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지만 가는 5월을 향해 손을 흔든다. 더 맑고 행복한 또 다른 5월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