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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기쁜 스승의 날을 추억함

제30회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해 필자는 실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스승의 날을 보냈다. 연초 서울시교육청을 필두로 교육계 비리 사건이 마치 봇물 터지듯 불거진 여진 때문인지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사회 분위기에 비하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기념식을 생략했다. 1982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한국교총이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교총은 논평에서 “어떻게 제자들이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 노래를 들을 수 있겠느냐는 부끄러움과 자성의 의미”라고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그 덕분인가. 해마다 그맘 때면 터져 나온 촌지수수 따위로 교원 전체가 매도되는 보도를 접하지 않게 된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천안함 사건에 이어 지방선거 등 폭발력 강한 이슈에 밀려 교육계 비리가 묻힌 듯하지만, 그런 가운데 맞게된 제29회 스승의 날의 의미는 남달랐다. 휴무로 정해졌던 여느 해와 영 다른 스승의 날이었던 것.

학생회 주관으로 치러진 스승의 날 행사는 제법 다채로웠다. ‘2세가 가장 예쁠 것 같은 선생님 베스트 3’ 등 동영상도 재미있었지만, 눈길을 확 잡아끈 건 역시 시상식이었다. 뭐, 시상식이라고? 그렇다. 학생들 대표인 학생회장이 교사들에게 상을 준 시상식 말이다.

필자도 선행상을 받았다. ‘제29회 스승의 날 기념 표창’이 일련번호를 대신한 상문 내용은 이렇다. “위 선생님은 본교를 위해 아름다운 마음으로 참교육을 실천하여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었음으로(원문대로) 이에 상장을 수여함. 2010년 5월 15일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회장 김연주”이다. 학생회장 이름에는 직인(사각형의 도장)까지 찍혀 있다.

부상도 없고 그냥 덕담이거나 우스개로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럴망정 내게 딱 맞는 말임을 어찌하랴. 우선 그 기발한 발상에 박수를 보냈다. 이런저런 상을 수십여 차례 받았지만, 그런 상은 전혀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깜찍하고 기특한 것은 교사 전원에게 상을 수여한 점이다. 상의 남발이라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스승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제자들의 그 충정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마지막 순서 스승의 날 노래 제창에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감격의 눈물일 수도, 감동의 물결, 아니면 그 둘 모두일 수도 있다. 제자들의 마음과 정성이 물씬 배어 나오는, 그리하여 선생하길 잘했다는 그런 뿌듯함 말이다.

사실 감동은 이미 그 전에 온 바 있다. 행사 시작 전 글쓰기 지도를 받는 3학년 4명이 홍삼 드링크를 들고 찾아 온 것. 또 부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선 실장과 부실장이 카네이션과 함께 칡즙 한 상자를 들고 오기도 했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겨본다. 선물을 받아도 좋을 만큼 과연 잘하고 있는 교사인지….

퇴근 후에는 대학생이 된 제자들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 제대 후 복학한 ‘전주공고신문’ 전 편집장, “선생님, 보고싶어용”이라는 문자부터 날린 후 또 전화해온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중의 예비 시인 등이다.

이 ‘썩은’ 나이에도 제자들 전화에 사뭇 가슴이 뭉클해진 지난 해 스승의 날을 이렇듯 기쁘게 추억하고 있으니 나는 영원한 선생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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