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말 방학기간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새학년을 준비하며 쉬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전학을 오는 어린이 또한 가장 많은 기간이기도 하다. 이 때 오는 학부모들의 대부분은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것인가?' 라는 똑같은 걱정들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교사와의 관계도 전입생 학부모의 걱정거리였는데 이제는 순수하게 교우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긴 이런 걱정이 어디 전학생 학부모만의 걱정이겠는가? 새학년을 맞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모두 비슷한 걱정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처음 입학하는 신입생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예전 1학년을 담임할 때면 학부모 상담의 대부분이 미숙한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를 묻는 것들이었다. 필자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삼십년을 지내면서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들에겐 다음과 같은 몇가지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아이들은 재미있는 친구를 좋아한다. 재미있는 아이들의 옆에는 늘 친구들이 끊이지 않는다. 비단 아이들 뿐인가? 요즘 적령기 여성들이 꼽는 인기있는 결혼상대자의 순위에서도 재미있는 사람은 빠지지 않는다. 유머란 전쟁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하니 유머를 할 줄 알고 상대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는 분명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없는 유머감각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니다. 유머감각의 발달은 바로 가정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우리 아이가 유난히 유머감각이 없고 딱딱하다고 생각된다면 가정에서 썰렁한 유머라도 아이와 자주 나누고 가르쳐 보기라도 할 일이다. 분명 살아가는데 많은 이득이 되리라 생각한다.
두번째로 운동을 잘 하는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사랑받는다.(여기에서 두번째, 세번째등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 그저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는 더더욱 그 경향이 심해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운동을 잘하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월드컵 경기 기간이나 올림픽 기간 중에는 그 정도가 더더욱 심해지는데 이는 스포츠 스타에 대한 사회적인 동경이 어린이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세번째는 잘 웃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교사의 노염도 눈녹듯이 녹여준다. 분명 무언가를 잘못하여 꾸짖어야 할 상황인데도 이런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교사 역시 미소를 띄게 된다. 그리하여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잘 웃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빨리 쉽게 해결이 된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교사와 친구들의 사랑을 받는다. 개구장이일지라도 항상 웃는 아이가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는 웃음이 갈등을 진정시키는 과학적인 효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아닐까?
네번째는 양보할 줄 아는 아이다. 양보하지 못하고 자신만을 고집하는아이들은 잘 울고 소리지르며 고집을 부리기 때문에 친구들을 피곤하게 한다. 함께 있어서 피곤한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양보할 줄 아는 아이는 처음에는 손해를 보는 듯하지만 결국은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므로 친구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물론 아무런 생각이나 판단기준이 없어 자신의 것을 판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오는 양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판단하고 궁리해서 자신의 권리와 이득을 알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양보하는 지혜를 말한다.
그럼 유머감각도 없고 운동도 못하고 용모도 예쁘지 않고 잘 웃지도 않는 우리 아이는 결국 친구도 못 사귀고 우울한 학교 생활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없어도 소외되지 않고 실속있게 절친한 친구를 만드는 재주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건 바로 천사라는 이름의 남을 배려하고 봉사 잘하는 아이들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리 철없는 어린 아이일지라도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남에게 받은 친절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기억하며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한 경험이 자꾸 쌓이게 되면 그 아이를 자신도 모르게 좋은 친구로 인정하게 되고 그에게서 받은 친절을 갚으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므로 더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어린이가 학습과 사회적으로 다소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로 어렵지 않다. 바로 학교란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고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본 아이들은 어른보다 정확하며 무섭다.
학년초 모든 아이들이 낯설고 조심스러울 때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얼른 나서서 도와주는 천사가 되어보라고 아이에게 넌즈시 귀띔해 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