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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물 대접하기 운동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백명도 채 안되는 시골학교이다. 학생수가 적다보니 점심시간에는 모두
함께 급식소에서 밥을 먹는다.

나는 아이들이 불편할까봐 으레 식당 구석에 자리잡곤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급식소에 들어서면서 인사를 해대고는 식판에 밥을 받아 자리에 앉는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얼른 컵에 물을 받아다 내 앞에 들이민다.

바로 1학년 은비 때문이다. 오늘도 은비가 제일 먼저 물컵을 가져다놨다. 은비는 우리 학교 병설 유치원을 다니다 이번에 1학년에 입학한 아이다. "어서 밥먹어라, 은비는 착하기도 하지"하고 칭찬을 했더니 은비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자리에 가 앉았다.

이런 은비의 행동은 작년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이다. 작년 3월 내가 처음 이 학교에 부임하던 날의 일이다. 첫인사를 마치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가무잡잡한 얼굴에 코흘린 자국이 선명한 유치원 여자 어린이가 물 한컵을 내 앞에 놓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도 이상해서 유치원 선생님께 이 얘기를 했더니 은비는 전근가신 전 교장선생님께도 늘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다.

은비의 이런 착한 행동은 많은 선생님들의 칭찬으로 이어졌고 그 칭찬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물 한컵 대접하기 운동'으로 자연스레 퍼져갔다. 새학년 첫주에는 새침떼기 은정이가 물을 떠다놓더니 정환이, 영식이 등 남자아이들도 엊그제부터 물을 떠다놓기 시작했다. 어제는 3학년 수연이와 5학년 희천이가 나에게 물을 떠다 줬다.

나에게 뿐만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식사하실 때면 아이들은 앞다퉈 물을 떠다드리고 어쩌다 오시는 내빈들께도 물 한컵을 떠다드리곤 한다. 새로 전근오신 선생님들은 깜짝 놀라 "여기 어린이들처럼 착한 어린이들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한끼에도 두세잔씩 물을 마셔야 한다. 물을 떠다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즐겁게, 또 맛있게, 아이를 쉼없이 칭찬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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