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서울시 영등포구는 신문공고를 통해 제1회 구상문학상을 실시한다고 알렸다. 본상 5,000만 원, 신인상 2,000만 원의 상금을 걸었다. 영등포구는 지난 5월 제2회 구상문학상 공고에 이어 또 하나의 문인추모사업을 시작했다. 제1회 구상한강백일장이 그것이다.
주요 내용은 전국 고등학생과 일반인(대학생 포함)을 대상으로 시, 산문 백일장을 연다는 것이다. 고등부 장원 30만 원, 일반부 장원 50만 원 등 수백만 원의 상금도 내걸었다. 영등포구·(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한다. 후원하는 곳도 여러 군데지만, 사실상 영등포구의 예산 지원에 의해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말의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 부러움은, 그러나 안타까움을 예비한 것이다. 이 지역에도 구상 못지않은 문단의 ‘거목’들이 있건만 그들에 대한 추모 백일장 같은 걸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따위는 알 바도 없지만, 돈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대표적으로 백릉 채만식과 미당 서정주를 들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채만식의 경우 ‘채만식문학상’ 시상이 있을 뿐이다. 서정주의 경우 가을에 미당문학제가 그의 고향 고창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엔 11월 5~7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때 미당 백일장도 열린다.
그런데 이 미당백일장은 전국 어느 백일장과 다르게 참가비 10만 원을 내야 자격이 주어진다. 미당문학제의 하나로 열리는 ‘미당시인학교’ 참가비라 지만, 사실상 백일장 참가비라 할 수 있다. 학생은커녕 일반인조차 백일장 참가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참가비를 10만 원이나 내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문인의 추모사업이 아니다. 그를 활용한 ‘장사’라 하면 지나칠까? 이 미당문학제는 동국대학교와 미당시문학관이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미당 고향의 지자체 고창군이 타지인에게 안방을 내준 형국인 셈이다.
채만식의 경우 백일장 따위는 아예 없다. 연중 소설가 1명을 뽑아 1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채만식문학상을 시상할 뿐이다. 오히려 채만식문학관과 미당문학관 세워진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 땅의 어느 추모문인 행사와도 동떨어진 ‘기이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채만식·서정주에게 흠절은 있다. 친일행적과 5공찬양 등 국민 정서상 결코 용서받기 힘든 ‘훼절’이 그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좋다며 월북했던 정지용, 그것도 모자라 김일성 밑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홍명희 등에 대한 추모사업도 해당 지자체 지원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극단적으로 공산당은 용서가 되고 친일파 등은 아직도 어림없는 수작이란 말인가? 그래선 안될 것이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 문학적 업적과 실책 등 그 공과를 낱낱이 가려 기리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무릇 학생대상 백일장처럼 극대화된 문인추모 행사가 없다. 군산시와 고창군은 일부 반대여론의 눈치에 매여 복지부동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이 고장이 낳은 채만식과 서정주 문학을 널리 알리는 것도 확고한 관광인프라 구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