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전반적으로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데다가 서민들 살림살이라는게 워낙 빠듯한 터라 봉급생활자들의 절세하려는 마음은 굴뚝 같을 것이다.
그런데 과세급여의 3%가 안되는 의료비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 불만스럽다. 실제 행정실의 연말정산 안내에도 200만원 이상만 네이스에 올리라고 되어 있다. 요컨대 200만 원 미만은 그냥 ‘버려지는’ 돈이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국민더러 많이많이 아프라고 재촉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가족들이 자주 아파 의료비 부담이 큰 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3%초과분부터 공제대상이라면 말이 안 된다. 쓸모없게 되는 의료비 영수증이 아까워서 더 아플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과거의 연말정산 부당공제 사례중 대표적인게 의료비 부풀리기였다. 의료비 부풀리기 부당공제는, 그러나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 양식의 영수증만을 공제대상으로 인정하면서 거의 사라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의료비 부분에서만큼은 연말정산의 선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3% 초과분도 없애야 맞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3% 초과분인지, 또 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세수(稅收)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단적으로 똑같이 아파서 지급한 의료비인데 적은 액수는 아예 공제대상이 안된다니, 누가 그걸 납득할 수 있겠는가!
급여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3% 초과도 문제다. 과세액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많이 버니까 공제혜택을 줄여도 좋다는 계산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모르는 소리이다. 그들 봉급자들은 주거(住居)와 자녀 교육비 등 가족부양으로 그만큼 생활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가장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이 있다. 일례로 지난 한 해 내가 장모 병원비로 쓴 돈은 한 달 100만 원씩 12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병원비는 큰처남만 공제받을 수 있다. 간병비는 아예 공제대상도 아니다. 애들 장난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나라의 제도는 아닌 셈이다.
그러니까 4인 우리 가족이 쓴 200여 만원과 장모 병원비 1200만원 등 모두 1400여 만원을 의료비로 썼는데도 연말정산 공제액수는 고작 20여 만원이고, 실제 혜택은 기천 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나만의 일이겠는가!
추후 의료비 연말정산에서 3%초과분을 폐지하여 적은 액수라도 쓴 만큼 공제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간병비도 소득공제에 포함시켜 자식들이 와병(臥病)중인 부모님을 모시는데 국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줬으면 한다. 급여별로 프로테지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일괄적인 3%를 하향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새로운 걸 자꾸 내놓는 것 못지않게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 국민 불만을 없애주는 것이 진정한 서민정책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툭하면 ‘친서민정책’ 어쩌고 하는데, 아파서 쓴 의료비를 많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돌려 주는 것이 참다운 복지국가 실현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