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사에서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자고 호소하면서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그리고 분권과 자율을 새로운 국정 운영의 좌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여러 부면에 걸쳐 향후 5년간의 개혁 청사진을 밝히고 교육분야에서도 아이들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각자의 소질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하였다.
지난 2002년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교육정책의 방향을 형평성과 자유의 확충, 그리고 연대와 협력의 가치에 두고 소외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격차 해소에 힘쓰면서 고교평준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대학의 특성화와 자율성 확대 및 국가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였다. 아울러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 개선 및 대학 자율에 따른 대학 입시 운영방안을 제안하였다. 또한 교육재정 확충과 지방대학 특별회계 제도 도입을 비롯해서 '우수교육확보법'을 제정하고 교원의 정치적 권리를 확대하며 교육부의 권한을 대폭 지역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교육개혁의 원칙이나 과제는 기존의 교육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안정 속의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교육복지와 형평을 실현하고 교육의 지방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며 차별 시정과 평등사회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개혁 구상은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시의 적절한 방향 설정으로 여겨진다. 특히, 교육의 내실화와 교육재정 GDP 6% 확보라든지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추진 등은 환영받을만하다고 보며 그 구체적 실천계획 수립, 추진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큰 지배구조 개편 방식은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고교평준화 유지를 기조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지지만 제도적 보완 방안이 소극적이다. 그리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뚜렷한 정책 제시가 미흡하고 교원의 사기진작을 위한 대안도 별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또,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유도·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책무성 제고 장치나 사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비전과 과제 제시가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개혁을 통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편성의 기조 위에 수월성 강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교육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육의 자율화 및 다양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교육의 질 관리 체제를 확립해야한다. 또한 교원의 전문성 신장 및 직무의욕 고취에 주력해야 하며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와 직업 교육 체제 개편 및 생애에 걸친 학습기회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
특히, 실업교육을 살리고 일과 직업의 세계를 매우 긴밀하게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통일대비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인력대책을 포함하여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적 자원의 양성과 개발·활용·유지를 위한 개혁 과제도 더욱 구체화되어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향후 5년 동안 성공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과 전략이 필요하다. 망라적인 개혁보다는 중점적으로 추진할 교육개혁 의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이고 점증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보며, 교육개혁 정책 수립과 평가를 위한 효율적인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개혁 추진기구를 상설화하여 각계 각층의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되, 균형 감각을 지닌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해관계나 집단 이기주의를 초월하여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개혁과제를 성안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위로부터의 개혁과 함께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접목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혁명적인 방식을 통한 충격 요법보다는 개선 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 집단들의 참여를 통한 공감대 확산과 합의 도출이 절실하다. 아울러 교육개혁의 추진상황이나 성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개혁 방향을 사실대로 알려야한다.
법석을 떠는 개혁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가 수긍하는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현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