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 교육개혁은 누가 뭐라 해도 실패한 개혁이다. 하지만 단 한가지 '공부에 대한 국민의식의 변화'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5·31 개혁 이후 종전에는 공부만으로 한 줄을 세워 서열화시켰던 것을 요즘에는 '무엇이는 한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국민들 사이에 일반화돼 있다. 이른바 '밤송이 교육이론'이 바로 그것인데, 다방면에서 최고만 되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그것을 위해 방과후에 특기·적성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오지 소규모 학교의 환경이나 여건을 모른 채 학교의 자율성을 규제하고 지원도 미미하다보니 사실상 교육의 실효는 뒷전이고 '하라니깐 한다'는 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농어촌, 도서 벽지에 잇는 소규모 학교는 특기적성교육을 하고 싶어도 강사를 구하지 못한다. 학생수가 적다보니 강사료 부족으로 외면당하고 가정 형편이 어렵다보니 수익자 부담 역시 어려운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특기적성교육의 특성상 매일매일 연계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1주일에 1∼2일, 하루에 1∼2시간의 교육으로는 수박 겉핥기식 교육밖에 할 수 없다. 1년 동안 시골에 근무하면서 학교 예산상 무리를 해가면서도 무용부, 단소부, 그외 3개 부서를 적극 지원했더니 예상외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학부모들은 크게 기뻐했으며 학교를 철저히 믿고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했다. 모두가 지역 환경과 여건에 맞춰 교육다운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새 교육부총리에게 이것만은 제안하고 싶다. 첫째, 1주일 내내 매일 1∼2시간 연속적으로 특기적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강사료를 실비 전액 지원해줄 것, 둘째, 다목적실, 특별실 등으로 장소를 확보해줄 것, 셋째, 학생 형편은 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규제만 하지 말고 철저히 학교장 자율에 맡길 것 등이다.
특기적성 시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원교육만 조장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새 교육부총리는 인적이 있는 곳에는 공부할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외되고 작은 것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