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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밴트 원칙


통합교실 1층에서 갑자기 여교사들이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아나바다 이밴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나름대로 원칙이 있었다.

첫째, 수익금은 현재 10명의 생활보호 대상자 에게 방학중 지급되지 않는 급식비를 지원한다.
둘째, 1인 1물건이상 내기.
셋째, 예매는 불가. 점심시간 한 시간동안만 실시.
넷째, 아끼고 잘 쓰던 물건이 내게는 필요없어 졌으나 다른 사람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
다섯째, 모든 물건은 500원에서 5,000원 미만에 거래.
여섯째, 5,000원이상 거래하면 영수증 철(동창회에서 지원)1개씩 사은품 지급.
일곱째, 거래 시 동전과 1000원짜리를 준비할 것.

학교 축제의 일환으로 교사들만 참여하는 장터는 몇 년 전부터 년 2회씩 진행되어지고 있었다. 계절마다 집안정리를 하면 성장하는 아이들의 옷이며 가방 살림살이 등을 정리하고 나누기도 하는 기회이다. 그것이 제자사랑을 실천하는 기회이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내어 놓은 물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물건을 수집하는 가운데 교류되는 정은 벌써 한 가족이 되어 ‘공동체의식'을 함양 할 수 있었다.

물건마다 사연이 깊고 다양하였다. 사랑이 젖어있는 아이들의 깜직한 청자켓, 원피스, 책과 가방, 신발에서부터 책 주방용품 또는 전자기기 등이었다. 거실에서 사용하던 TV인데 아이들 공부에 방해 된다고  내어 놓았고 한 학년의 부서에서 내놓은 커피메이커는 카푸치노까지 만들어지는 기능을 겸비한 새 물건이었으며, 에어컨기능이 있는 회전용 선풍기를 기증하는 손길하며 포장과 라벨이 그대로 붙여진 의류 등도 있어 서로 좋은 물건 내어놓기라도 경쟁하는것 같았다. 달구어져가는 분위기에 못견딘 나는 올 여름에 시원하게 악세사리처럼 차고 다니려고 샀던 명픔 카피본 시계를 풀어 내려 놓자마자 금방 주인이 생긴다. 마치 어릴 적 엄마치맛자락 붙들고 옷 사달라 조르던 내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하는 인정 넘치는 푸근한 장터였다.

물건을 고르는 표정은 비록 500원짜리이지만 ‘내게 꼭 필요 한가?’ 라는 생각으로 진지하다.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구두는 누구나 다 신어보지만 선뜻 주인이 나서지 않았고  물건을 사려고 신어보는 것만은 아닌듯 하다. 주최한 환경부 여교사 팀과 함께 할 식사 쿠폰을 경매로 붙혀 낙찰을 보기도하고 인기 있는 큰 상품은 경매로 돌리는 등 갖은 아이디어와 재치가 곁들인 아바나다 장터는 점심시간만으로 이루어진 짧지만 풍성한 축제의 장이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아직 남은 데도 순식간에 그 많던 물건들은 다 없어지고 몇 가지 남은 의류는 일괄 500원으로 내려 아바나다 장터는 막을 내렸다.
누군가가 제안한다 연중 상설로 물건나누기 하면 어떨까? 많이 아쉬운 표정들이다. 다 제자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라면 더욱 발전시켜야하는 아바나다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아바나다 창시자의 글이 올려졌다. 

' 지난해 수익금은 50여만원으로 방학중 불우학생 급식비 지원으로 쓰였다. 올해도 따뜻하고 뜻깊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교직원들이 참여하였으며, 즐겁고 행복한 장터다운 장터로 전반기 아나바다 행사를 마쳤다. 이 수익금은 2학기 수익금과 합쳐 소중한 기금으로 되돌려 크게 쓰일것이다... 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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