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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3월 조사한 ‘제17대 대선관련 교원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음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인물은 57. 7%로 1위를 차지한 이명박후보였다. 이 조사는 전국의 초ㆍ중ㆍ고와 대학에 재직하는 소속회원 299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리고 교사들이 대통령감 1위로 생각하는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것이 대다수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따라야 옳을 터이다. 그런데도 나는 교사들의 이명박후보 지지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납득할 수도 없다. 말할 나위 없이 이명박후보가 내건 교육공약에 대해 공감할 수 없어서다.

  하긴 교육공약으로만 보면 정동영ㆍ권영길후보 등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영어교육 국가책임제(정동영후보), GDP 7% 교육재정확보(권영길후보) 등이 그것이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국제화시대에 필수인건 사실이지만, 필요한 사람만 남보다 열심히 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이 외국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GDP 7% 역시 국민의 정부이래 6%도 확보못한 현실을 보면 피부로 실감되지 않는 공약이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 BBK의혹이니 자녀 위장취업이니 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후보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의 1위로 나타난 것은 그의 경제 살리기 이미지 때문이다. 문국현후보가 있지만, 실제로 이명박후보는 성공한 CEO출신의 정치인이다.

  바로 거기에 의문이 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교사들이야 피부로 적극 실감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성과급 지급시기가 들쭉날쭉할망정 제때 월급 나오고 거기에 더해 일반계 고교의 경우 보충수업 수당이다 뭐다 해서 부수입까지 짭짤히 챙기는 교사들이 일반 서민들처럼 경제이미지 때문 이명박후보를 지지한단 말인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느 대통령후보를 지지하고 찍어주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다. 설사 그 선택이 제 발등을 찍는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명박당선자가 내놓은 여러 교육공약중 내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교원평가제 도입이다. 대통령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이회창후보 역시 교사 성과급제와 10년주기 교사자격증 갱신 따위, 같은 맥락의 교육공약을 내놓았다.

  이른바 보수를 대표하는 두 후보의 교원관련 공약만큼은 매우 진보적이어서 놀랍다. 또 입시지옥과 허리 휘는 사교육비의 교육 현실을 알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기까지 한다. 이를테면 교원평가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내가 우려하는 또 다른 하나는 교원평가제나 성과급제와 관련, 전개될 학교의 학원화이다. 차기 정부 주요 과제를 점검한 어느 일간지에서 “학교가 학원처럼 ‘교육의 질’ 경쟁을 하지 않는데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공교육기관 평가와 보상을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국민의 자아실현이 가능하고, 교육을 통한 국부창출도 속도가 붙을 것”(동아일보, 2007. 11. 20)이라 강조한 교수도 있지만, 이 역시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학교가 학원이 되어서도 안된다. 학교가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 등 진로를 결정짓게 하는 주요 관문이기는 하지만, 학원 강사들처럼 족집게로 시험문제 하나라도 더 짚어주는 그런 장삿꾼의 난장(亂場)이 되어서는 안된다.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서가 아닌, 정의와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나는 누구이며 또 어떻게 해야 가치있는 인생관의 삶을 살 수 있는지 깨우치게 하는 곳이 제대로 된 학교일 것이다. 교육의 가치를 경제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자체가 오판인 셈이다.

  이명박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민심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지만, 교원평가제를 통한 학교의 경쟁체제 도입과 경제논리의 학교의 학원화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것들로는 심각한 입시지옥과 허리 휘는 사교육비 현실을 혁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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