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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능등급제 폐지, 대입제도 전면 개편해야


‘등급제 전환, 2008년 수능 총체적 혼란’이라는 뉴스가 눈에 띈다. 그야말로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몇 년 전 ‘2008 대학입시제도’를 논의할 때 현장의 많은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는 이 문제를 귀담아 듣지 않았고 이 수능등급제를 강행하고 말았다.

입사시험이든 승진시험이든 근소한 점수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 사례이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엉뚱하게 ‘수능등급제’란 해괴한 제도를 만들었고 그럴 듯한 수사를 동원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수능등급제가 가져올 파행과 불이익에 대해서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우려하고 반발하고 있다. 수능등급제가 경우에 따라서는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행운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신뢰도가 높고 타당성이 있어야 할 시험 결과가 특별한 행운을 줄 수 있다면 이는 결코 바른 시험 제도라고 할 수 없다. 행운을 조장하는 것은 ’사행성 게임‘에 불과하다. 이 제도가 당초에는 1~2점의 차이로 서열화 되는 폐단을 막고 일정 점수대의 학생을 같은 등급으로 취급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이지만 여기에 따른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미 각 언론에서 지적한 내용이지만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점수가 95점이라고 하자. 그러면 94점과 95점은 1점 차이지만 등급이 갈려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고 만다. 반면에 100점과 95점을 받은 사람은 5점의 점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등급을 받아 같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할 때 이런 상황을 수험생이나 학부모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만약에 난이도가 커서 90점도에서 등급이 갈라진다면 그 폐단과 불합리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등급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면서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폐지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에 인색한 결과이며,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 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교육정책들이 현장의 의견 수렴이나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것이 많다.

수능등급제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당초 이 계획이 발표되자 많은 현장교사 및 입시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막대한 연구용역비를 들인 연구 결과이기에 수정할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연구하였기에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수능시험등급제에서 보인 문제 대응 방식은 무자격공모제와 교원승진규정 개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렇게 산출한 교육정책들은 하나같이 많은 갈등과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수능등급제는 전국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 지도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어 학교 교육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등급 안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근소한 점수차로 등급이 엇갈린 학생들에게는 심리적 위축과 등급의 차이에 따른 현실적인 불이익이라는 이중고의 고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수능시험의 등급내 또는 등급간 변별력이 상실되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과외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학교 교육과정의 하나인 기말고사가 남아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고액 논술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수능등급제는 수험생의 실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되지 못했고, 논술과외 등 사교육시장으로 몰아놓고 수험생과 학보모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는 것처럼 어찌 보면 입시제도에도 왕도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피해자를 논리적 기준 없이 양산하는 입시제도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23일부터 대학입시와 관련 고액 논술이나 개인 과외 등에 대한 특별 점검 계획을 전달, 학부모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도 점검이 되도록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 바 있으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입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런 부작용은 해마다 되풀이 될 것이고, 그때마다 이런 처방을 내릴지 궁금하다.

차제에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무시하게 만드는 대학입시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중시되는 대학입시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대학에서 실시하는 수시전형을 전면 폐지하고 대학입시 자체를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실시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3년 동안 국가교육과정에 충실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졸업 이후 자체적으로 전형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초·중·고등학교가 대학의 시녀 역할을 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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