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해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계은퇴를 번복하여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것이야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가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2위의 유력후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지율 2위인 이회창 후보의 공약은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한나라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 등 이미 발표된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분야 그것들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정작 뾰족한 해결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해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 로 만드는 입시지옥과 학부모들 허리휘는 사교육비 부담이다. 고교평준화니 대학입시 자율화니 영어교육 국가책임제 따위 교육공약들은 결국 그 두 가지 문제와 직결된 것일 수밖에 없다.
각 당의 후보들이 내놓은 그런 공약들은 부분적인 해결방안에 불과하다. 어느 것은 망발 수준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공부를 시켜 고교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진다는 영어교육이 그것이다.
이른바 국제화시대이니 세계공용어인 영어공부가 중요하고 필수인 건 인정하지만, 온 국민이 그것을 잘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필요한 사람만 남보다 열심히 하면 된다. 단적으로 보통의 한국사람이 외국어인 영어를 구사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 후보들의 영어교육 국가책임제에는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영어사교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명분이 들어 있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 역시 피상적이거나 부분적인 대책일 뿐이다.
이 땅의 사교육비가 총 30조원이라는데, 그것을 타파할 방법은 대학입시 변혁에 있다. 무슨 자율형 사립고나 우수 공립고를 몇 백 개 세우고 3단계 대입자율화를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입시지옥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해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동영 후보의 수능시험 폐지 및 고교졸업 자격고사화 방안은 솔깃해 보이지만, 이 역시 온전한 것은 아니다.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할 방안은, 그러나 의외로 어렵지 않다.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강력한 추진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이다.
그 해결방안은 두 가지다. 우선 입시지옥 해소방안으로 일반계고의 수업을 7교시 정규시간만 운영하는 것이다. 당연히 교과서에서 7교시 정규시간에 배우고 익힌 공부만으로도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일류대를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들의 ‘변태입시’ 를 강력 제재하여 근절시켜야 한다. 사실 학원수강 등 사교육비 부담이 따르는 것은 학교공부만으로 원하는 일류대학을 갈 수 없는 입시현실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답이 명확한데도 대통령 후보들은 엉뚱한 변죽만 늘어놓고 있다. 실망스럽고 답답한 일이다. 12월 19일 누가 대통령이 되고 집권당이 가려지겠지만, 이대로라면 향후 5년 동안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부담이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우울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