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비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 왔습니다. 선생님의 역할이 그리고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내용입니다. 교육활동에서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결코 지워지지 않은 것 보니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다시한번 되새겨 봅니다.
오늘도 선생님은 교단에서 열정을 다해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지만, 저의 귀에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기 선생님의 손에 들려 칠판을 가르키는 '몽둥이'에만 눈이 갈 뿐입니다. 조금 있으면 선생님은 저 몽둥이로 우리를 때리시겠죠. "숙제 안 해온 사람들 다 나와!~" 라는 선생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나를 비롯한 6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숙제를 해오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우리가 숙제를 해 가면 또 누구 것을 베꼈느냐고 따지며 묻겠죠.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숙제를 하지 않습니다. 숙제가 쉬운 것이든 어려운 것이든 말이죠.
사실 학기초에 선생님이 산수숙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반 아이들 중에 깜빡하고 숙제를 안 해온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한 친구의 숙제를 베꼈습니다. 이걸 알게된 선생님은 화가 나셨고, 그때 한번의 잘못으로 우리는 숙제를 베끼는 불량한 아이들로 낙인찍히게 된 것입니다. 숙제를 매일 안 해오다 보니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는 설명을 도통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고 선생님이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못했고 그때마다 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활발하던 저는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성격도 점점 내성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간고사를 치르게 되었고 선생님은 성적을 잘 받은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주셨고, 마치 그 아이들을 위한 웃음거리를 제공하듯이 공부 못한 아이들의 성적을 반 아이들 모두에게 큰 소리로 불러주었습니다.
"000는 35점, 000는 45점..."
선생님이 이름과 점수를 불러줄 때마다 반 아이들의 시선은 그 아이를 향했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멍청이 아냐?"라고 놀리며 "하하하하~" 하고 웃었고 선생님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덩달아 웃었습니다. 저도 그 '멍청이'축에 낀 애들 중 한 명이었죠. 그 때 너무도 속상해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는 이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시험을 잘 봐서 니가 멍청이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라고요.
글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나이지만 코피까지 흘려가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기말고사에서는 꽤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나보고 멍청이라 놀렸던 애들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이 방과후에 저를 부르시더니 "성은아,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이 안 때릴게. 누구 거 베꼈니? 응?"하시는 겁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고 또 억울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것을 제가 다른 아이 것을 베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계속 누구 것을 베꼈는지 말하기 전까지 계속 때리겠다고 했고 저는 계속 맞았습니다. 10분이 지났는지 20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맞다가 지쳐서 결국 내가 베끼지도 않은 공부 잘하는 아이 이름 하나를 대서 매 맞는 것이 끝났습니다.
"진작에 말했으면 안 맞았잖아!" 라는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이 때 결심했습니다. 나도 나중에 크면 선생님이 되어서 내가 때리고 싶은 학생을 마음대로 때리겠다고 말이죠. 저는 사실 그때 맞은 게 아픈 게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 나는 선생님에게서 공부 잘하는 아이와 같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고, 또 나는 끝까지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선생님의 태도가 나를 더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죽을 때까지 내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사범대 학생으로서 가끔씩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내가 정말 교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교사가 되면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교단에 서면 정말로 저 선생님과 같이 막 꿈을 키우는 아이들에게 사랑이 아닌 감정의 매로 꿈을 마구 짓밟고 있지나 않을까? 과연 나는 교사로서의 자질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휴우~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하루가 모자랍니다. 저는 정말 좋은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와 같은 상처를 받는 아이가 생기게 하고싶진 않거든요. 그리고 마음이 아프잖아요.
저는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와 같이 자기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교사의 행동, 말 하나 하나가 학생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되겠죠. 때문에 교사는 아이들에게 잘하고 못하고에 상관없는 공평한 사랑과 관심을 주고 성공에는 칭찬, 실패에는 치욕과 싸늘한 시선이 아닌 따뜻한 격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과 서로 믿음을 갖고 우호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학생들은 교사를 잘 따르고, 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 좋은 영향을 준다면 우리의 교육은 더욱더 밝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