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교육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바로 영어에 올인하는 교육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고등학교를 자퇴학교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연 1만명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영어에 올인 하는 교육이 미래를 보장할까? 필자 생각으로는 꼭 그렇지 않다고본다.
필자가 이렇게 영어에 올인 하는 난센스 한국 부모님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다. 필자가 현재 이란테헤란 한국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곳 한국 부모님들이 영어에 거는 기대치가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같은 느낌이다.
이란 테헤란에 우리 교육부에서 1976년 정식으로 인가한 테헤란 한국학교가 3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잘 운영되고 있다. 현재 19명의 학생이 3명의 한국인 선생님과 7명의 이란인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교육과정 편성은 60%는 한국 교육과정에 준하는 교과 수업, 약 40%는 영어로 하는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방과 후 수업으로 3학년 이상은 논술 2시간 국사 1시간 수학 2시간을 보충하고 있다. 3학년 이상 정규 시간 중 재량 시간으로 한자 1시간과 한국인의 생활 1시간을 하고 있다.
이런 교과목을 넣어서 지도하는 데는 해외에서 2중 문화 충격 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확실한 정체성교육을 시킴은 물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필자가 논술, 한자, 한국인 생활 과목을 맡아 가르치면서 이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 우리 학교에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게 바로 참교육이며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모두들 학교를 적극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주당 13-14시간 영어로 하는 수업(영어 2과목, 과학, 미술, 컴퓨터, 태권도, 이란어)에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6개월 정도만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으면 영어 실력 또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된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상당수 한국 부모님들은 좋은 교육과정 편성으로 잘 운영되는 한국학교가 엄연히 있는 데도 영어가 그 뭐 그리중요한지 연간 수업료 1천만 원에 가까운 영국인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이걸 보면서 부모님들이 얼마나 영어에올인하는지 알 수 있다.
영국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고조선이 어떻고 경로효친 사상이 어떻고 서론 본론결론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그렇다고 영어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 한국학교에 보내지 않고 영국인 학교에보냈노라고 자랑하려는 속셈은 없는지 의문이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얘기로는 ‘ 영국인 학교에 다니는 누구누구는 한국말을 하는 데 혀가꼬부라졌어요. 우리 말이라고 하는 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어요. 너 애국가 4절까지 부를 수 있느냐 물어보면 그게 무슨말인데’ 이런 정도인데도 부모님들은 그래도 그 비싼 외화를 낭비하면서 오직 영어만 고집하는 모습이 무척 안탑갑다.
이곳에 십여 개의 국제학교(한국,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수단, 파키스탄 )가 있는 데 영국인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 중 한국인 학생이 수적으로 단연 1위란다. 일본인 학생은 거의 없단다.
일본은 해외에 자국학교가 있을 경우 자국학교 외 학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히 일본인 학교는 그 위상이 확실해지고 정체성 교육면에서 우리 보다 한 더 발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해외 한국학교의 살길은 한국학교 교육을 도외시하고 외국인 학교 영어만을 고집하는 학부모님들의 발상이 변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요자 입장에서 교육의 자율성과 경쟁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우리 것을 모르고 어떻게 자율과 경쟁이 미래를 대비하는 전인적 사람 기르기 역할을 하겠는가?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도 해외 한국학교 위상을 확실히 보장해주어야 되겠다. 가령 한국학교가 있는 데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면학비를 일체 지원해주지 않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지금은 공관 혹은 대기업에서는 거의 전액 학비를 지원해주고있는 실정이다. 한국학교 수업료 거의 4-5배 수준이다.
그리고 일본처럼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방안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겠다.
혹자는 영어가 국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데 자기 것을 모르고 영어 좀 잘한다고 그게 무슨 국력이 되겠는가? 한국어능력이 논리화되어야만 영어도 논리화되고 고급스러운 영어가 되는 것이다. 한국정체성 교육이 단연 먼저이고 그 다음에 영어가 뒤따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