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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 교육> 대입평가시험 '진통'

"너무 쉽다" 대학들 10년간 반발
교육부, 수험생 성적조작에 개입
시험지 재 채점…교육장관 사임


영국 교육계는 지난 8월말부터 대입평가시험 개혁 문제로 혼선과 진통을 겪다 10월 24일 에스텔 모리스(Estelle Morris) 교육기능성 장관의 전격사임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1997년 노동당 정부는 정권을 잡으면서 '교육기회의 확대'(Widening Participation)라는 정책 지침서를 발간해 평생교육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2000년 교육법'에서 고교 교과과정과 '학력평가자격증제도'를 개편했다.

영국의 학제는 한국과 달리 6-5-2-3제를 골격으로 하고 있으며 초등과 중학교를 합한 11년이 의무교육과정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고교 진학률은 60%, 대학 진학률은 중졸 인구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학력평가자격증의 등급을 나누고 대학 진학의 문호를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고교 교과과정(6th form)은 한국의 고교 교과과정이 중학 교육의 심화학습 차원에서 여러 학과목을 가르치는 것과는 달리 대학교육의 전 단계로서 서 너 개의 과목만 선택해 집중 학습하는 전문교과과정이다. 따라서 교육 연한이 2년에 불과하지만 중학 졸업생과 고교 졸업생의 학력 차는 현격하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중·고교간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교 졸업시험이자 대입평가시험인 'A level'을 일년과정 'AS level'과 2년 과정 'A2 level'로 나눴다. AS level 시험은 고등학교 1학년말에 실시하는 시험이고 A2 level은 고교가 끝나는 2학년말에 치른다. 이렇게 편성하면 고교 1학년을 마치고 AS level 자격증을 취득한 뒤 중퇴를 해도 나중에 복학할 때는 2학년 과정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준이 낮은 대학이라면 고교 1학년 졸업자격인 AS level을 가진 학생도 조건부 가입학이 가능하므로 대학 진학기회가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이런 학생은 곧바로 대학 정규과정에 들어가지 않고 파운데이션코스라는 일종의 예비과정에서 일년간 공부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불거진 입시개혁의 혼선은 이 'AS level'과 'A2 level' 사이에 난이도 수준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결과였다. 난이도가 문제가 된 이유는 영국 특유의 입시평가제도 때문이다. 영국의 대입평가시험은 교육부가 관여하지 않고 'Awarding Body'라고 하는 학력평가기관들이 주관한다. 이들의 전신은 지역별 대학연합체였지만 현재는 대학으로부터 독립한 비영리 법인체로 되어있다. 이러한 학력평가기관으로는 현재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중심으로 하는 'OCR', 런던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EDEXCEL', 전국단위의 'AQA' 등 세 개가 있다.

그런데 이들 기관은 해마다 수 만 명의 수험생들이 지불하는 전형료로 운영되고 있어 수험생 확보를 위한 경쟁적 관계에 놓여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대학처럼 고도의 자율성이 주어져 있어 정부는 최소한의 운영 지침서를 제시하고 'QCA'(Qualifications and Curriculum Authority)라는 교육부 산하기관을 둬 평가기관 간 조율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역할이 나뉘다 보니 정부가
주관하는 고등교육정책, 특히 학생 수급 관계에 불일치가 일어날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 같은 입시개혁의 직접적인 혼선은 지난 10여 년 간 대학이나 야당으로부터 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합격자가 늘어난다는 비판아래 교육부가 학력평가기관들에게 간섭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지난 8월 중순 대입평가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사립학교를 포함한 진학고교 교장들이 평가 결과에 불복하고 "교육부가 학력평가기관들에게 등급기준을 상향조정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야당, 보수당도 "정책의 실패를 시험점수의 기계적 하향조정으로 눈가림한다"고 맹공에 나섰다.

이에 모리스 장관은 특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QCA의 수장 윌리엄 스터버 씨가 압력을 행사한 혐의아래 그를 월권행사로 해직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장관의 명령 없이 스터버 씨가 단독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모리스 장관의 사임도
함께 요구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모리스 장관은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지만 혼란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고 문제의 발단이 된 OCR의 시험 답안지를 다시 채점했다. 약 3만 명의 수험생이 제출한 답안지 9만 장을 다시 채점한 것이다. 그 결과 2000여 명의 성적이 입학 시기가 2주 정도 지난 10월 중순에 상향조정돼 발표되고 165명이 2차 지망 대학에 등록했다가 1차 지망 대학으로 옮겨가는 사태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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