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25일 취임사에서 교육방송의 '실용주의'를 주창했던 김학천 EBS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도중하차한 박흥수 前 사장의 뒤를 이어 '배울 게 있고' '진지한' 공익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주력해 온 그는 잔여 임기가 6개월뿐이지만 "소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시청률 경쟁을 하기보다는 다소 어렵고 재미는 없더라도 배울게 있고 연속적이며 진지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실용주의'를 강조해 오셨습니다. 추진 경과를 평가하신다면.
"실용주의의 구현은 크게 공익방송의 전형 제시, 시청률 경쟁의 극복, 전문인에 의한 방송 운영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추구해 왔습니다. 공익방송의 전형 제시를 위해 직업교육을 꾸준히 강조했고 꽤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자격증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높아졌고 '도전 탐구' '길을 닦은
사람들' '직업뱅크' 등 직업관이나 직업정보를 다룬 프로그램들도 골라보는 시청자 층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얘기하는 단순한 시청률은 교육방송을 평가하기에 부적절합니다. 우리 방송을 보는 30퍼센트 이상은 시청자라기보다 수강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프로그램이 타깃으로 삼는 각각의 대상을 모집단으로 한 시청률과 그 대상이 프로그램에서 얻는 만족도를 평가하는 조사방식을 자체 개발해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방송을 전문가 집단이 끌고 가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 연말 1년간 방송된 프로그램을 전문성, 차별성, 교육적 성과, 창의성 부문에서 평가하고 전문인으로서 그리고 전문방송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갖춰야 할 마인드와 능력 등을 추출해 제시할 생각입니다."
-경영인으로서 현재 교육방송의 당면한 시급한 과제와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요.
"내적으로는 재정 부분보다 인력 문제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즉 교육방송에 대한 신념과 방법 내용을 꿰뚫어 내는 전문인 육성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현재 어린이 프로그램은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조하는 직업교육도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담당자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체계적인 연수와 교육 그리고 객관적인 내외의 평가를 통해 전문성을 키울 생각입니다.
외적인 문제는 학교교육 보완과 사교육 절감을 목표로 편성된 프로그램이 전달되는 과정에 장애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교육방송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돼야 하는 가에 대해 교육기관과 행정기관, 학부모와 학생, 일부 비판세력 간에 의견이 달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불거진 교육방송 시청 지도감독비 징수 문제와 감사실시가 단적인 한 예일 것입니다. 교육방송이 합리적으로 전파되는 장치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이해당사자와 비판당사자간 대화와 합의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EBS가 국가 교육정책을 진단, 분석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늘려 교육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할 것이라 보는데요.
"교육문제에 대한 시사적 저널리즘의 추구는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그간 'PD리포트' '신나는 학교 만들기'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와 비전 제시에 나섰지만 그것이 교육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 기능에 미흡하다는 걸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런 역할을 서너 명이 짊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내년부터는 우선 이쪽 부문에 전문성이 풍부한 외주제작사를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교육방송이 내년에 추진할 특기할 만한 편성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직업교육과 연계해 커리큘럼 수준의 실업교육이 새로 편성될 것입니다. 공업 상업 농업고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방송이 보완해 줄 필요가 있는 과목을 편성할 것입니다. 현재 방송되는 국영수 프로그램과 일부 사회프로그램을 축소해 실업교육 프로그램이 중고교 전체 교과프로그램의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까지 배정할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시청자의 의견 형성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즉, 청소년과 성인이 참여하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교육방송이 강조하는 '의견형성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며 또 방송의 실용주의를 정착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6개월의 잔여 임기 동안 꼭 마무리 짓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교육방송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접촉 의식을 개선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필요에 의해 골라보는 방송, 배울 게 있고 감동까지 더한 프로그램을 갖춘 차별화 된 방송으로 인정받도록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차분히 마무리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