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한 졸파 지구에 아르메니안 아픔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번크 교회를 찾았다. 이슬람이라는 철옹성 국가에 십자가의 종탑이 우뚝 선 화려하고 널찍한 교회가 있다는 것이 아이너컬하다. 이 교회 또한 에스파한의 10대 명소 중 하나에 속한다. 참고 에스파한 10대 명소는 이렇다. 낙쉐 자헌 이맘광장, 체헬소툰, 이맘 모스크, 알리 카푸 궁전, 좀에 모스크, 처르버그 신학교, 번크교회,세이흐 로트폴라 모스크, 시오세 다리. 그레이트 버저르 이다.
세상의 절반(Nesf-e-Jahan 이라는 말에서 Esfahan이 유래함)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스파한은 이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고 2006년 이슬람 국가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이란의 보석이다.
터키의 이스탄불과 함께 이슬람 문명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오늘은 이슬람 문화와 다소 동떨어진 번크 교회를 찾았다. 번크(아르메니아 어로 수도원이라는 뜻) 교회는 압바스 2세가 다스리던 시절에 만들어 졌다. 다른 이름으로는 the Cathedral of All Saviors 라고 불린다. 당시 이 교회를 만들기 위해 아르메니아 인들은 직접 재정을 모금했다. 또한 번크 교회 내부의 많은 그림과 인테리어 장식을 위해서는 카제 아바디크 스테파누시안(Khajeh Avadich Stepanusian)의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
17세기 중엽 지은 교회 안은 ‘최후의 심판’을 비롯해 바벨탑,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 방문, 12제자상 등의 성화로 가득하다. 황금색 모자이크 성화들은 화려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림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아르메니아 인들 화가들이 직접 그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의 내용들이 요약되어 사방의 벽면과 천장에 그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성 그레고리안 이라는 순교자의 고문 받는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 러시아, 그리스 정교회 그림과 비슷하다. 또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보는 중세 시대 교회의 그림들과 비슷했다. 최근에 보수공사를 통해서 그림의 선명도는 뚜렷해 졌지만 안타깝게도 근처 베들레헴 교회의 벽화에서 느낄 수 있는 역사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번크 교회는 외적인 것에 대한 놀라움 보다는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그것도 시아 이슬람을 국교화 했던 사파비 왕조에서 이런 교회가 만들어 지고 예배가 드려지고 이들이 기독교 신앙을 유지해 왔다는 역사성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교회 건물 입구에 큰 종탑이 서 있다. 한국 예전 교회들의 종탑을 닮았다. .그 옆에 이 교회 지도자들 몇 명의 무덤이 있다. 바로 앞 작은 방에 수많은 촛불이 켜져있었다. 바로 아르메니안 죽은 영혼을 기리는 촛불 행사다. 또한 교회 예배당 내부로 들어가면 화려한 그림들이 교회를 장식하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교회로서의 본래 기능인 예배하는 처소로써의 기능을 상실하여 단순히 관광지로서의 역할과 옆 건물의 아르메니안 박물관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교회 바로 옆 건물이 박물관이다. 아르메니안 전문 박물관으로 아르메니아인들 관련하여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별히 1층 입구 오른편에 전시된 가차투르의 인쇄기 앞으로 다가갔다. 묵직한 철제 인쇄기였다. 그 곁 유리상자 속에는 몇 가지 금속활자가 진열되어 있다. 진열장 설명문에는 “신형 졸파 인쇄기에 사용된 금속활자(서력 1646년)”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 금속활자 인쇄술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방에 전해졌을 개연성을 생각해 보았다. 촬영도 금지되었다. 몰카로 한 장 찍었다.
이곳에는 수백 년 된 손으로 직접 쓴 아르메니아 성경들이 각각 크기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아르메니아인들의 전통복장과 역사들 그리고 이들의 예술적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 초에 터키에서의 아르메니아 인 학살 사건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터키에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세계 역사가 가지고 있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다. 교회 마당에 1915년 터키 만행 꼭 사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가장 놀라운 소장품은 성경 말씀이 쓰여 있는 머리카락이다. 약 30년 전에 10대 여자의 머리카락에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글씨를 새겨 넣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손재주가 뛰어나지만 이란 사람들의 그것에 감탄을 했다. 현미경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직접 눈으로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벙크 교회 인근의 졸파 지역은 에스파한의 주요 상업지대로 많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으며 레스토랑과 커피숍들도 많이 있다. 특히 정문을 나와서 왼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졸파호텔 식당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1인당 4천 원 정도면 맛있는 케밥과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번크 교회의 외형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