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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부, ‘스쿨업(School-Up) 프로젝트’에 앞장서야

조선일보사가 펼치는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켐페인을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나아갈 바를 실천적으로 제시한 것 같아 모처럼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학교의 모습이 어떠한가? 옛날 우리 같은 4-50대 사람들이 다녔던 학교는 그 지역에서 가장 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낙후된 시설이 되어 버린 지가 오래다.

본 리포터가 10년 전에 시내 모고등학교에서 재직할 때의 일이다. 공부도 잘하는 착실한 여학생이었는데, 학교에만 오면 늘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학교의 화장실에서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의 화장실이 자기집 화장실에 비하여 더럽고(?) 시설이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늘 학교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학생이 비상 신호를 보내면 그 학생을 싣고 자기 집 화장실로 달리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비상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 그 학생이 복에 겨워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학생의 불편함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항상 비상대기(?)를 하는 어머니의 고달픔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는 그 학생을 불러서 혼을 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 시설 및 환경에 잘 적응하는데 유별나게 적응하지 못하고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불효(?)를 나무랐다.

10년 전에 비해 학교의 교육환경이 특별이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이고 보면 이런 학생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며칠 전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 구로구의 구일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열악한 학교 환경을 살펴본 후 어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아이들의 체형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데 책·걸상은 옛날 그대로였고, 교실과 복도의 마룻바닥에서는 걸을 때마다 ‘삐걱’소리가 났다고 한다. 더욱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화장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십 년 전의 제자처럼 어머니를 비상대기(?) 시켜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의 한복판이 이러할진대 지방이나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야 오죽하겠는가.

오세훈 서울 시장은 즉석에서 화장실 5곳과 책걸상 1000여개의 교체 비용으로 4억 5천만을 지원 약속을 하였고, 연간 400억원을 들여 서울시의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시설 개선과 학습 프로그램 지원 계획을 밝혔다.

요즘 우리의 교육부가 한 일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만한 뉴스이다. 튼실한 교육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성공 뒤에는 획기적인 교육투자가 선행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의 내용을 다시 한번 그대로 재인용해 본다. “새가 날아들어 오기를 바라는 자는 나무를 심어라(欲來鳥者, 先樹木)”란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교육에 대한 거대가 큰 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우리 교육부는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 가정집 보다 못한 학교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어떤 정책도 마련하지 못했고, 또한 교원의 처우 개선이나 후생복지를 위해서도 어떤 정책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해마다 줄어드는 교육재정으로 주요한 사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져 가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 땅의 교사들이 반개혁적이라고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 이래 줄곧 교원개혁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 추세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있는데 오히려 교육부는 ‘무자격교장공모제’등의 괴상한 정책으로 교육을 흔들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공교육이 약화되면서 사교육이 급팽창하고 말았다. 가중되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교육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말았다. 교육재정 확보나 교육력 상승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인색하고 시종일관 교원정책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한 언론사의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프로젝트를 보면서 반가움을 갖는 것은 이런 일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선현들의 지적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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