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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민원인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야


요즈음 우리 공직 사회에는 ‘민원인이 왕’인 것 같다. 요즈음 민원인들은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반말과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하긴 경찰관서에 기물을 파손하는 성질 급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업무 담당자에게 큰소리 좀 치고 욕설 몇 마디 한 것은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사회에는 ‘떼법이 모든 법을 우선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으니 어쩌면 그리 야속하게만 생각할 일도 아닌지도 모른다. 어느 사이에 우리들은 사회적 합의가 존중되지 않는 사회,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즈음 우리 사무실에는 중학교 배정과 전입학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관내 학교가 모두 교육적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거나 분위가 고루 균등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학교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민원이 계속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가급적 학부모나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있으나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2월 12일, 한 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도 예외 없이 두 건의 민원을 듣게 되었다. 하나는 중학교 배정과 관련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전학과 관련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자신의 소홀함과 준비 없음에 대해서는 거의 반성하지 않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예외 없이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상급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언론기관에 제보하겠다고 협박도 한다. 심지어는 욕설, 반말 등의 폭언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소홀함으로 중학교 추가배정에 참여하지 못한 어느 학부모는 교육청과 담당자를 탓하면서 월요일 아침부터 큰소리로 떠들면서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 교육청 홈페이지에 충분히 안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은 자신은 책임이 없고 학부모에게 알려주지 않은 담당자만 탓하면서 소란을 피운다.

또한 관내 전학과 관련, 동일 학군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전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선호학교에 학생들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개선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전편입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동일 학군 내라도 전학을 허용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충분히 입증할 만한 자료와 당사자들의 의견서, 전학하고자 하는 학교장의 동의서 등의 서류가 첨부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였는데도 절차적 번거로움(?)을 들어 담당자가 이를 방해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협박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 일반 사회의 모든 제도나 법규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효력이 있다. 대개 민원인들은 ‘절차적 정당성이 악용할 소지를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우선 당장의 불편함만을 들어 불만을 제기한다.

며칠 전에 있는 중학교 추가배정 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추첨 순위를 추첨하여 그에 따른 추가배정을 한다고 안내하고 추가배정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어느 학부모의 경우 1지망에서 6지망까지 선호도가 높은 학교만을 지망하여 어느 학교도 배정받지 못하고 지망 외의 학교를 배정받게 되었다. 배정이 진행되는 동안 행여 있을 행운을 기대하면서 가만히 있던 학부모가 계속해서 탈락하자 마침내 추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는 교육감을 만나야겠다고 하면서 배정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나중에는 집 근처의 모학교 배정을 수용하였지만 이런 학부모들이 많은 한, 우리 교육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시종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는 한 적절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혹여 있을 자신의 행운을 기대하면서 아무 말도 안하다가 막상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떠들어대는 것은 떳떳하고 당당한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 약속에 대한 철저한 사회적 합의가 존중되어야 한다. 제한된 욕망을 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함께 나눌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권위 상실에 대하여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어느 사이에 우리 사회는 아무 곳에서나 떠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일이 횡행하는 한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도 이와 같은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를 저버리고 무리를 지어 민원을 제기하면 곧 바로 해결되는 일은 결코 대의를 위해서 옳은 일이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니어야 하고 옳은 것은 아무리 떠들어도 옳은 것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철저히 존중하는 칭기스칸의 통치법을 배우고 일반화하여야 한다. 또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표출방안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여야 하지만 욕설과 폭언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공직자의 사기를 꺾는 일은 과감히 배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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