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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을 들으며

‘네 아이의 엄마가 감히 교사들에게 드리는 레드카드 한 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를 읽었다. 이 책은 독일의 로테 퀸이 썼는데, 여덟 살에서 열여섯 살짜리 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만난 교사들의 태도에 대한 통쾌한(?) 비판서이다. 로테 퀸이 만난 선생님들은 한 마디로 무능하고 나태하며 냉소주의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독일 사회를 뒤흔들면서 엄청난 논란과 소동을 일으켰다. 독일에서의 소동을 한국의 교사들과 비교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독일은 독일이고 한국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테 퀸이 지적한 독일 교사에 대한 불신이 비단 독일만의 문제가 아닌 내 자신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해에 대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어야 하는데 언제나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고, 권위적인 교사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를 프로크루테스 침대에 비유하고 있다. 나그네를 감언이설로 집으로 유인하여 침대 길이보다 키가 작으면 잡아 늘여서 맞추고, 크면 침대에 맞게 몸을 잘라 버린다는 것이다. 독일 학교 교육의 획일화를 단적으로 지적한 말일 것이다.

2000년 독일은 OECD 회원국의 PISA에서 20, 21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충격에 사로잡혔을 때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말하지 않았다. 특히 교사들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면서 학생과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이런 독일 교사들의 파렴치에 대해서 로테 퀸은 칼을 뽑아 도전한 것이다.

“그는 교사들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반복할 뿐”이라고 하면서 신날하게 비판하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무지, 엄청나게 과도한 요구, 악명 높은 잘난 척, 배부른 나태, 제멋대로의 맹목에 사로잡혀 있는데도 학교 안은 여전히 편안하고 시간이 되면 봉급을 챙겨서 준다고 비아냥거렸다. 분명 독일 교사에게 대고 한 말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들을 향하여 던진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만 아닌 것 같아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하였다. 그 비난의 대상이 독일 교사가 아닌 나 자신인 것 같았다. 이 책의 뒤쪽에서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경자 사무국장이 지적한 <한국의 교사들이 고쳐야 할 7가지>는 예리한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었다. 이 글에서 이경자 사무국장은 교사가 아무리 우수해도 5년만 되면 누구나 똑 같아지는 왜곡된 교단구조,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투쟁성 강한 집단, 촌지를 떨쳐내지 못한 일부 교사, 잘못된 승진 구조, 경쟁 없는 교직 사회, 감정관리가 안되고 사랑이 식어버린 교사들, 예의 없는 교사들이라고 지적하였다.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을 대하면서 정말 발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교직 사회의 외부에서는 우리를 이런 식으로 통쾌하게 두들겨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왜곡되고 잘못된 지적이 결코 아니지 않은가. 상당 부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행적인 잘못 아닌가? 두들겨 맞는 것을 두려워 말고, 고치려 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우리들의 맹목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의 교직사회는 변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 앞에 서 있고, 또한 국민적 요구도 강한 것 같다. 우리는 이제 그들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그들 곁에 서서 그들과 함께 가야하고 그들 옆에 서서 조정해주고 촉진시켜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사교육에 밀려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더욱 위태로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로빈 월리엄스와 같은 선생님처럼 열광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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