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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꿈과 희망을 심어 준 제주도 여행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약 1시간가량 걸리는 서해의 작은 섬인 대이작도에 있는 전교생 12명의 이작분교 아이들의 소원을 성취시켜 주신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님과 관계 직원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지난 5월, 우연히 보게 된 우편물을 통해서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에서 도서 · 벽지 아이들을 위해서 실시하는 ‘소원성취 프로그램’ 사업 공모 공문을 보면서 “바로 이거야!”하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되었고, 곧바로 사업 신청용 계획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항상 이작분교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까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번이 참 좋은 기회라고 여겨져 부부교사인 아내와의 오랜 상의 끝에 비행기 탑승 체험과 나라 사랑 정신을 동시에 키워줄 수 있는 제주도 탐방 쪽으로 계획을 세워서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비를 500여 만원이나 신청한 큰 행사여서 혹 지원 대상교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선정되었다는 유선 통보를 직접 받은 날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 사실을 수업 중에 아이들에게 말하니 아이들도 너무 기뻐 펄쩍펄쩍 뛰는 것이었다. 사실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편인 아이들 입장에서 비행기 타는 것과 장기간의 여행이란 정말 평소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큰 선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제주도 여행에 대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제주도에 대한 여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본교 행정실과 행정적인 절차에 대해 상의하며, 바쁜 한 달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여행을 준비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은 전혀 느끼지 못한 그런 기간이었다.

제주도 여행의 구체적인 일자와 계획이 안내되자,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까지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음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제주에서의 일정은 3박 4일간이었지만, 하루에 1회만 운항하는 인천과 이작도간 여객선 때문에 인천에서의 2박이 추가되어 아이들은 총 5박 6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 셈이었다.

배터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과 여객선의 승무원 아저씨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너희들 어디가니? 제주도에 가. 우와 좋겠다. 어떻게 해서 가게 되었니?” 등 섬마을 아이들의 제주 나들이에 큰 관심을 보이셨고, 격려의 말씀에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의 도움을 받아서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여행의 첫 밤은 김포공항 근처 모텔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었으나, 인천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다소 이른 시각에 끊기는 바람에 인천에서 1박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계획에 없던 여정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잘 보살펴 주었다.

이튿날, 다소 일찍 서둘러 움직여 공항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 무척이나 설레이는 듯 싶었다.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는 아이, 멀미를 할까 봐 멀미약을 귀밑에 붙인 아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을 보려고 창 밖을 유심히 쳐다보는 아이 등 아이들의 표정이 다양하였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하늘을 날자, 창가 쪽에 앉지 못한 남자 아이들은 창가 쪽에 앉은 아이들과 서로 창 밖을 보려고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아이들이라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용히 타일렀다.

약 1시간 여의 비행 끝에 제주도에 도착하자, 친절하신 버스 기사님께서 마중을 나오셨고, 본격적인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주에서 여행 첫 날은 제주도의 민속놀이와 풍습에 대해서 잘 보여주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푸릇푸릇함 속에 맛있는 감귤의 참 맛을 느낀 감귤농장 체험을 하고 3일 동안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했던 바닷가 옆 멋진 팬션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숙소가 넓고 깨끗하며 멋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만족해했다.

제주에서 둘째 날은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시작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최남단비, 마라분교와 마라도 등대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아이들은 관람차를 타고 섬 한 바퀴를 일주했던 것이 더욱 인상깊었던 것 같다. 같은 분교인 마라분교 안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수업에 지장을 줄까 봐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만족해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마라도 가기 전에 보았던 가파도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다음에 들른 곳은 테디베어 박물관이었다. 신혼부부들도 몇 쌍 보았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오히려 좋아했던 곳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여미지식물원, 천제연폭포, 약천사 등을 둘러 보았다. 아이들은 식물원에서 꽃의 다양함에 한 번 놀랐고, 천제연폭포에선 웅장함에 또 한 번 놀랐으며, 약천사에서는 대웅전의 규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 날은 아침부터 바빴다. 바로 민족의 성산인 한라산을 등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어리목 코스를 택해서 윗세오름까지 오르는 목표를 세웠다. 시골 출신 아이들이라 등산을 잘 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초반부터 뒤로 처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기사님은 기꺼이 등반 가이드를 자처하셔서 앞에서 끌어주고, 나와 동료교사인 이은정 선생님은 뒤에서 아이들을 독려하면서 올라갔다. 약 3시간가량 올랐을까 아이들은 목표 지점까지 모두 안전하게 도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이들은 분명 한라산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을 이겨내는 인내심을 분명 배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날에는 미로 찾는 재미로 푹 빠졌던 김녕 미로공원, 카우보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며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코스 중 하나였던 승마체험, 제주도 전통 민속 마을 형태가 잘 보존되었고 재미있는 제주도 사투리를 많이 배웠던 성읍민속마을 체험 등을 통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특이한 풍습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유익하고 보람있는 여행이 된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 지면을 빌어 바다를 사랑하는 열두 명의 이작분교 천사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준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님과 관계 직원 여러분들, 그리고 감귤체험을 위해서 친척의 농장을 기꺼이 소개해 주시고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셨던 대이작도 김금빈 초소장님, 편안하고 안락하며 예쁜 숙소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박철희 전복양식장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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