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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갈바람 소리와 고3의 비애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며칠 전부터 KBS의 기상캐스터가 이번 가을비가 그치면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고 예보하더니 그 말이 딱 맞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계절은 어느새 입시철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차에 탔더니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까지 한데다 출근시간이 늦어 미처 머리를 말리지 못하고 나와서 더 춥게 느껴졌던가 봅니다. 그동안 차에 타면 시트의 감촉이 참 부드럽고 따뜻했었는데, 오늘 아침엔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더군요. 그래, 시동을 걸자마자 히터를 틀고 시트의 온열버튼까지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엔 따뜻한 게 그렇게나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발밑에서 살살 불어오는 따스한 훈풍과 엉덩이와 등받이의 열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좀 뜨겁다싶을 정도의 38도의 열기가 아늑한 행복감을 주는 출근길이었습니다. CD플레이어에서는 가슴을 저미는 발라드가 흘러나오고 이른 아침 가로수에선 갈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문득 아, 이 행복. 이 나른한 감동은 직장인만이 누릴 수 있는 출근길의 행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아이들을 온몸으로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길만이 이 행복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는 비결이란 생각도 들더군요.

오늘은 하루 종일 갈바람소리가 울부짖듯 교실창문을 두드렸습니다. 바람 소리가 들리거나 말거나 가을 낙엽이 여기저기 뒹굴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곧 있을 3학년 마지막 기말고사와 수능에 함몰해 있는 모습입니다.

언제쯤이면 아이들도 저 갈바람소리를 온전한 감성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저 처절하게 외로운 갈바람 소리의 감동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로 느끼려면 수능이 끝나고 고3의 고행이 끝나야 비로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나 저나 참으로 불쌍한 우리 고3 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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