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국가가 뭐니 민족이 뭐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를 떠나서 가지고 있는 관심사 중에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은 저의 어린 자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유대인은 인구로 보면 세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의 총수는 1,500여만 명이라고 하니까 세계 인구의 0.4%가 되지를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유대인은 분명히 소수 민족이요 약소 민족임에 틀림이 없지만 오늘날 유대인을 약소 민족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노벨상의 32%를 그들이 수상했다는 점이라든가 현재 세계 금융가를 지배하는 그들의 저력이야 말로 유대인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실감나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이와 같이 세계사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두뇌가 선천적으로 우수한 때문만은 아니며 나라를 잃은 속에서 그들이 겪은 시련과 교육에 대한 과학적이고 끈질긴 노력의 덕분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유대의 수도 예루살렘이 로마 정벌군의 침략을 받아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당시 16살이던 아키바는 로마 정벌군 사령관을 만나 하나의 간절한 소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키바의 요청은 의외로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것도 아니오, 재산을 약탈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오, 성전을 불지르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성 안에 남아 있는 작은 학교를 보호해 달라는 것 이었습니다. 소년 아키바의 간청을 가상하게 생각한 로마의 정복자는 그 부탁을 들어주겠노라고 기꺼이 승낙함으로 모든 것이 불탄 폐허 속에서도 그 학교만은 무사하였다고 합니다.
그때 아키바는 말하기를 "설령 예루살렘은 망할지라도 유대인의 교육만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후 그는 사범학교 교장이 되어 82살이 될 때까지 일생을 교육에 몸 바쳤다고 합니다. 아키바의 일생을 돌아보노라면 유대인들이 오늘날 저토록 강성한 것은 단순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한 피어린 투자가 있었으며, 그 결실을 오늘날에 보게 된 것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가난에서 벗어나 먹는 문제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두게 된 것은 지난 날 박봉 속에서도 많은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맡으면서도 불평없이 아이들을 가르쳐낸 선생님들의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밝고 맑아야 할 5월이 어둡게 느껴지는 것은 어쩐일일까요. 최근들어 교육이 무엇이며, 학교가 무엇이고 선생님들의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면서도 그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촌지를 근절하는 법을 만들고,학교를 경영하는 최고 경영자를 공모제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한숨만이 나올 뿐 입니다. 더 이상 교육을 망가뜨리는 일은 중지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교권 추락으로 인하여 멍든 선생님들의 상처를 치유하여 무너진 학교를 살리고, 선생님의 떨어진 권위를 다시 세워 교육력을 회복하는 일이 없이는 결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예루살렘은 망할지라도 학교만은 보호해 달라는 아키바의 심정으로 돌아가 우리의 교육을 살리는 일에 중지를 모아가는 일에 우리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