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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시험문제 인터넷 공개의 문제점

전국의 고등학교에서는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정기고사의 시험문제를 의무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시험문제의 인터넷 공개가 가져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인데 교육부에서는 충분한 검토는 물론이고 현장교사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시행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최근 교육부에서 쏟아내고 있는 정책이나 제안들에는 현장교사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참여를 구두선처럼 외치면서도 유독 교육정책에는 참여는 없고 일방적 발표만 있는 것 같다.

이미 각급 학교에서는 시험 종료 후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곧 바로 정답을 공개하여 채점에 정확성을 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학생이 OK할 때까지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평가하고 있다. 물론 시험문제도 공개되고 있다. 이 문제지들은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 심지어는 인근 학원의 강사들까지 다 볼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터넷 공개를 제안하는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교육부에서는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이와 같은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교사들의 문항제작 능력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는 교과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하도록 하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기초적 문항으로 쉽게 출제하거나 또는 참고서나 문제지를 인용하여 출제함으로써 야기되는 점수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따른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첫째, 교사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인터넷에 공개된 시험문항들이 무단 복제될 가능성이 있다. 교사가 출제한 시험문제도 지적재산권에 해당되어 보호되어야 한다는 판례가 나왔는데도 교육부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둘째, 학교간의 서열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학습지도의 수준은 학생의 학습능력에 좌우된다. 평가 문항의 난이도도 학습자의 학습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문항의 난이도는 다르다. 그런데 이를 통해서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공허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수준 높은 문항으로 평가하는 학교와 기초적 지식을 평가하는 학교를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하여 우월감과 열패감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셋째, 교사들이 갖는 심리적 압박감을 들 수 있다. 문제를 출제하면서 학생 수준을 고려하기보다는 인터넷에 공개에 따른 반응을 염려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문항으로 출제하면 언론에서는 대서특필 떠들어 댈 것이 뻔하지 않은가. 실제로 그런 일이 많았다. 예를 들면, 해당학생들의 수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중학교 수준의 문제가 고등학교 시험에 출제되었다고 요란하게 보도한 적도 있었다. 이런 가십거리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넷째, 고교 내신제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신제는 서로 다른 교육여건과 상황에 따라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보상적 평등관에 입각하여 전국 수준을 동일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상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신은 해당학교의 학생들의 성취결과를 가지고 산출한 점수인 만큼 상대적 평가를 통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에 맞는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내신제를 유지하면서 학교를 믿지 못한다면 차라리 없애야 한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인터넷 공개를 밀어붙이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교사의 전문적 수준을 높이려는 것이라면 별도의 직무연수와 연구를 통해서 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교육여건을 크게 개선하고 각종 재정적 지원과 아울러 교사에 대한 격려를 강화하여야 한다. 내신제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한 것이라면 내신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보상적 평등관에 기초한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에는 소홀히 하고 옥상옥(屋上屋)을 지어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일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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