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 (일)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국제

<세계의교육> 私立 배불리는 Charity Law

사립학교 비영리 `자선단체'로 인정
세제 혜택에 수업료는 기부금 처리
정부보조도 年 2조원…富益富 심화

영국에서는 노동당과 보수당이 바뀔 때마다 민감하게 변하는 교육정책 중 하나가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대한 `원조' 문제다.

보수당은 집권 2년 뒤인 1981년, `Assisted places scheme'이라는 법을 만들어 재정상황이 어려운 사립학교에 정부가 일부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대신 비싼 수업료를 낼 수 없는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을 일정비율 입학시킨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당시 런던대학 교육전문대학원 제프 위티(Geoff Whitty) 교수 등의 조사에 따르면 빈곤층 아동보다는 중산층 자녀들이 입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부터 노동당은 "가난한 사람 주머니 털어서 부잣집 아들 교육비 낸다"며 보수당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자마자 1998년 이 사립학교 재정지원법을 폐지했다.

이처럼 영국 내에서 좌파세력은 사립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영국의 사립학교는 전체학교수의 7% 밖에 안되지만 연간 수업료를 천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내야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이들 학교 출신들이 정부기관의 고위층, 군 장성, 그리고 각 금융기관장 등의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니 빈곤층을 지지기반으로 둔 노동당이나 좌파세력들의 눈길이 고울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영국 사회에는 정권이나 법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류층 계급의 사람들끼리 끼고 도는 `그 무엇'이 있다. 그리고 사립학교들은 바로 `그 무엇'을 이용해 매년 막대한 지원금을 정부로부터 받아내고 있다. 이러한 `그 무엇' 중의 하나가 자선단체의 이용이다. 자선단체란 `Charity Law'의 적용을 받는 `비영리 단체'로 영국의 모든 사립학교는 이 범위 안에 있다. 실제로 영국의 대다수 사립학교는 빈민자녀 구제학교에 기원을 두고 있기도 하다. 이와 달리 국공립 학교는 정부기관이며 자선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사립학교가 자선단체로 등록되면 각종 소득에 대한 세금면제 혜택을 받고 정부재정보조나 복권기금 같은 것도 신청할 수 있다. 또 학부모가 내는 학비 역시 자선단체 기부금 형식으로 처리되어 소득세의 공제대상이 된다. 이러한 명목으로 사립학교가 정부로부터 받은 간접 수익이 지난해 한해만 하더라도 약 10억 파운드(약 2조원)에 달한다. 전체 사립학교 재학생 5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2000파운드(약 400만원)인 셈이다. 현재 영국 정부가 공립학교에 주는 총 예산이 학생 1인당 초등 1400파운드(약 280만원), 중등 2500파운드(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게다가 이들 사립학교는 엄청난 직접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우드브릿지(Woodbridge) 학교는 1587년 빈민자녀들을 구제 교육할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지만 지금은 학생 일인당 연간 수업료로 1만 5000파운드(약 3000만원)를 받고 있다. 빈민자녀는 한 명도 없는 부유층 자녀들의 학교로 변질됐다. 가장 `부자학교'로 유명한 이튼(Eton) 학교도 연간 수입이 2800만 파운드(560억 원)를 넘는다.

이렇게 풍족한 사립학교들이 예산 부족으로 공립학교 지붕수리도 못해주는 정부에 대해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수 백 개의 공립학교 건물을 신축하고 남을 돈이 매년 이들 학교로 흘러 들어간다.

영국 문화체육부는 복권사업으로 생긴 수익금 중 약 2조 8000억 원을 매년 `긴급지원 사업자금'으로 배당하는데 여기에도 자선단체로 등록한 사립학교들이 입찰에 뛰어들어 교묘하게 지원금을 받아내고 있다. St.Aubyn's Bradfield(세인트 아비나 브레드필드) 학교는 지난해 체육관, 테니스코트를 만들기 위해 각각 10억 원씩 배당을 받았다. 또 이튼 학교도 조정경기장 시설을 만들기 위해 약 70억 원을 받았다.

물론 문화체육부가 이런 거액을 사립학교에 줄 리도 없고 그리고 학교도 그 돈이 학교 이름의 구좌에 들어오도록 만들지도 않는다. 예를 들면 이튼 학교의 경우 학교 재산으로 있던 호수를 지방 정부에 기증한다. 그리고 기증할 때, 이 토지는 용도변경, 소유권이전 등을 제한한 일종의 시민공원처럼 되게 한다. 그리고 문화체육부에 이 시민공원호수에 조정경기장을 만들도록 로비를 한다. 조정경기장이 만들어진 시민공원은 일반에게도 개방되지만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주된 이용자는 이 학교 학생들이다.

스토우(Stowe) 학교는 학교건물 보수유지비 명목으로 110억 원을 받았으며 다른 사립학교들도 금액은 다르지만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 때도 물론 `학교건물 보수'라는 명목으로 신청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명 사립학교들은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 백 년이 된 건물들은 문화재로 등록된다. 따라서 문화체육부는 `문화재 유지보수비'를 지불한 것이지 특정학교의 `학교건물 보수비'를 지불한 것은 아니다.

철조망 담벼락의 교정, 시멘트와 아스팔트 운동장, 빗물이 새는 지붕, 벗겨지고 갈라져 내려앉은 교실 천정, 바락크로 수년간 `임시대체' 되고 있는 교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늘 푸른 나무울타리에 둘러싸인 교정, 드넓은 잔디 구장, 웅장한 대리석 건물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영국 사회에 왜 이런 불평등이 용납되고 있는지 그 대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