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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단 현실, 겨레말 통일부터

지난 70년간의 분단은 그저 땅덩어리만 나눠 놓은 것이 아니라,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가지가지들을 송두리째 나눠 놓았다. 우리말도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한글’이 북에서는 ‘조선글’이 되고, ‘한국어’를 북에서는 ‘조선어’라 이른다. 글자 이름과 자모 순서도 같지 않다. 정치 체제와 사회 제도의 차이로 인해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남북 언어의 이질화는 남북 주민 간 사회적 통합이라는 ‘실질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북 언어통합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관련 사업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국립국어원은 1989년에 실시한 ‘남북한 언어 차이 조사’를 시작으로, 북한어 실태 조사 및 남북 언어 비교 연구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일련의 사업 결과물 중에 ‘남북 교과서 학술용어 비교 연구’ 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개의 용어 대조 작업은 양쪽 사전 표제어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으나, 이 연구는 남북 초·중·등 교과서에서 용어를 직접 추출해 상호 비교함으로써 학교 현장에서 실제 쓰이고 있는 남북의 기초 전문용어를 비교 분석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높다. 통일 이후 교육 현장에서의 혼선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남북 기초 전문용어 통합’ 사업도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비교 분석하고, 나아가 통합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언어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하다. 흔히 북한이탈주민을 ‘미리 온 통일’이라고 한다. 현재 국립국어원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언어 적응 지원’ 사업은 가난, 이주, 장애 등을 이유로 한국어 의사소통 체계의 외곽에 있는 언어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 측면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그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대비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1996년부터 시작된 남북 공동 국제학술회의는 남북 언어가 가야할 길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장이 돼왔다. 그러나 2009년 제8차 학술회의부터 남북 관계 경색으로 북측 학자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은 다소 아쉽다. 최근 남북 관계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 개최될 제14차 국제학술회의에서는 남북의 국어학자가 어울려 겨레말 통합의 걸음을 다시 내딛게 되길 바란다. 이밖에도 최근 남북 관계와 관련해 드레스덴 선언,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8·25 남북 합의 등으로 정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국립국어원은 ‘남북 언어 통합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진짜 통일'을 대비하고자 한다.

남북의 언어 자료를 축적하고 연구하는 과정은 한국사의 전환기를 대비하는 일이다. 통일 시기 남한어와 북한어는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두 개의 거대 방언’이 될 것이다. 둘이 대립하는 것은 위태롭다.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힘을 잃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른바 ‘거대한 소수’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어 안에 두텁게 그어진 삼팔선을 지우는 일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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