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전국의 초·중·고생 11만6000명을 대상으로 통일부가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53.5%가 통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19.7%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나랑 상관없다” “지루하다” 인식
같은 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통일의식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2.4% 낮고, 부정적인 의견도 2.0% 낮았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정도는 청소년과 성인이 대체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만 보면 항간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성인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무성하게 나오는 통일 논의와 담론의 ‘대박’ 속에서도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은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동 조사에 의하면 학교에서 북한 및 통일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76.7%로 나타났지만, 통일교육 이후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청소년은 30.0%에 불과했고, 6.1%는 오히려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통일교육 후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이유로 청소년의 42.7%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서’를, 31.4%가 ‘교육내용이 너무 지루하거나 어려워서’를 꼽아 통일교육의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줬다.
이 같은 청소년 통일의식 실태는 통일교육의 방향성과 내용 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통일교육의 장기적 방향성과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과제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행복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바람직한’ 통일의 가치가 무엇인가, 이러한 가치를 통일교육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들도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교육, 이벤트 위주의 일회적 교육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통일역량을 함양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학습자 개개인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통일 ‘이야기’ 개발도 필요하다. 통일교육은 청소년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고민과 고통, 좌절과 희망, 성장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 분노, 기쁨과 즐거움 등의 정서적 경험을 환기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흥미롭고 실천·성찰 연결되게
북한이해, 통일, 안보가 통일교육에서 간과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을 제기할 수는 없으나, 이 세 가지 문제의 합집합 또는 교집합으로 간주하는 관점은 통일교육을 지나치게 협소화시키고 통일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재현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에 영역을 보다 확대하고 다문화교육,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 등 관련 주제와 통합해 교육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간 통일교육 방법이 상당히 다양화되고 체험학습 형태의 교육이 활성화되기는 했으나 행사, 캠프, 기행 형태의 프로그램도 일정하게 형식화되거나 교육적 효과가 낮아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련의 교육과정 속에 여러 가지 교육방법을 결합시키거나 다양한 교육기법들을 결합시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되, 이를 통일에 관한 청소년들의 성찰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과정과 교육 과정 이수 후에 교육 참가자들의 실생활 속에서 통일과 관련된 크고 작은 실천을 등 계기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