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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복 학교주관구매제 訟事·민원 우려 현실로


미선정업체 고소·고발 위협 공문
낙찰업체 업무방해등 소송 추진
학부모 부담 해소 vs 선택 보장

교복 학교주관구매제가 시행되자마자 업체들이 학교에 불만을 전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 주관구매제는 학교가 정부조달 시스템을 통해 2단계 입찰을 거쳐 최저가 교복업체를 선정하고, 학교에서 해당 업체 제품을 일괄 구매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모든 국·공립 중고·교에서 시행된다. 교복 값을 잡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신학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판촉전이 벌어지면서 업체들이 학생들에게는 편법을 안내하고, 학교에는 ‘위법사항’ 운운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5일 서울 A중 앞에서는 학교주관구매에 낙찰되지 못한 교복업체 직원들이 연예인이 등장하는 자사제품 광고 전단을 돌렸다. 진학예정 학교에서 나눠줄 교복신청서에 ‘교복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허위 표기하고 싼값에 사라는 등 편법을 가르치는 안내문도 함께 배포했다. 

A중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이번 주 서울시내 대부분 중학교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먼저 신입생 배정을 마친 경기도 전역에서도 이미 이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편법 판촉 난무만이 문제는 아니다. 업체들은 심지어 학교를 고소·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올 초 경남 B중에서는 ‘경남 교복 협의회 창원지역 대표 일동’ 명의로 된 업무협조전을 받았다. 협의회는 “법무법인 자문을 받은 위법사항을 안내한다”면서 ▲개별구매 제한·금지 ▲개별구매 학생에 대한 불이익, 교환·환불 요구 ▲개별구매 홍보 제한 등을 들었다. 이어 형법상 강요죄, 업무방해죄,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거론했다.

미선정 업체들의 이런 개별구매 유도와 압박으로 낙찰업체들은 수천만 원에서 억대 피해까지 예상하고 있다. 선정된 학교 신입생의 80% 정도가 옷을 살 것이라고 수요를 예측하고 이미 교복 제작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 학생복제조협동조합 이성수 이사장은 “교복을 제작해놓은 낙찰업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업무방해 고발과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 중이지만 정책에 충실한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업체들의 경쟁 사이에 낀 B중 교복구매 담당교사는 “낙찰업체가 우려를 표해도 학교는 고소·고발 위협을 당하는 입장에서 누구 편을 들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교가 업체 사이에만 끼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공고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일부 업체의 판촉행위에 대해 “학생들에게 범법행위를 유도하고 있다”며 “대형업체의 저가 공세는 제도 실패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러나 학교주관구매제의 일괄 시행에 불만을 표시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 상임대표는 “학부모나 학교가 품질 규정 준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가 입찰을 하다 보니 품질에 대한 우려는 있다”며 “당사자인 신입생 학부모도 없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낙찰을 결정하는데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학사모는 경기도에서 한 업체가 대형업체 교복의 로고만 바꿔치기 해 샘플로 제공한 사례도 발각했다.

교육부는 일부 업체의 편법 판촉에 대해 “원칙은 학교주관구매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개별구매에 대해 처벌조항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할인 판매나 비방광고 등 판촉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학생 참여율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