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광물 매장량은 무려 7000조원의 가치로 남한보다 24.1배나 많다. 북한은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이 세계 1위이며 금, 무연탄, 아연, 석회석, 갈탄 등의 매장량도 세계 10위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적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9년 점진적인 통일을 전제로 통일 후 30〜40년 후에는 한국의 GDP가 독일, 일본,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 돼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리라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주 보고서에서 2015년 당장 통일을 이루면 1인당 GDP는 2030년 4만, 2040년 6만, 2050년 8만 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통일은 상상 만해도 가슴 벅찬 꿈이자 대박이다.
이해·협력 없는 통일은 재앙
이런 가슴 벅찬 ‘통일의 결과’를 누리려면 ‘통일의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통일 준비는 남북한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 간 적대와 불신,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군사적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과정 없이 통일을 실현한다면 그 결과는 남북 간 심각한 갈등과 통일 후유증을 낳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통일 대박이 아니라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중단 상태지만 지난 2000년 즈음, 남북 간 교육·학술 교류가 이뤄졌다. 2004년과 2005년 평양에서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공동으로 북한의 교원직업동맹과 교원 교류 공동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북한 교원들이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중국 연변과 북경, 평양에서 학술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한 바 있으며2003년과 2005년에는 한국교육개발원도 연변과 금강산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러한 교육학술 교류를 계승해 가능한 분야부터 서로 합의하고 동의하는 수준에서 재개해야 한다. 이런 연습과 경험을 거치며 남북한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통일을 이루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교류에 응하는 대가로 교과서 용지를 비롯해 교육물자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05년 당시 필자는 북한과 학술회의를 준비하면서 종이 지원을 간절히 요청하는 북한 교육성 간부의 절박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북한이 발행한 교과서를 보면 조잡하기 짝이 없는 지질이나 인쇄 상태를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교육물자 지원은 교류협력의 일환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 교육자와 접촉할 수 있고 북한 교육자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교과서 용지, 학용품, 교육기자재 등의 교육물자 지원을 계기로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교육물자 지원하며 교육통합 추구해야
지난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통일문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남북통일 상황에서 교육의 문제점으로 ‘교육체제의 이질성’과 ‘남북한 교육격차’, 이로 인한 ‘북한주민의 상대적 박탈감’ 등을 들고 있다. 또 북한주민의 ‘소득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만’, ‘남한주민의 우월의식과 북한주민의 불만’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224억 달러로서 남한의 2.7%에 불과하며 1인당 소득은 1천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교원들조차 대부분 월 보수나 식량배급이 부족해 부업과 과외, 촌지와 뇌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격차를 극복하고 북한교육을 회생시키려면 우리 남한이 북한을 포용하고 지원하면서 교육통합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결국 통일 준비는 남북한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동반자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 북한과 더불어 누리는 화해와 평화, 자유와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통일이다. 이런 정신적 가치는 경제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클 뿐만 아니라 우리 통일미래를 위해 가꿔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우리 교육이 이런 화합과 평화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