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 성적표는 수 우 미 양 가 등의 평점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면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고, 어떤 측면에 대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한 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성적 향상을 위해 어떤 면을 더 보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지난 해 12월 4일 OECD는 회원국 학생들의 성적표를 공개하였다. 이 성적표는 2000년에 우리 나라를 위시한 27개 OECD 회원국의 만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를 근거로 작성된 것이다. OECD의 성적표에 따르면 우리 학생들은 읽기 6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매우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성적표에는 우리가 몇 등이라는 것 외에도 눈여겨 보아야 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이 성적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학생 중 국제 수준의 수재가 많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OECD가 설정한 읽기 능력 수준의 최고 단계인 5수준에 도달한 학생의 비율이 5.7%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5수준에 도달한 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 20위를 차지하였다. 일본과 미국은 국가 전체 평균으로 따질 때는 우리보다 뒤지지만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로는 우리를 크게 앞질렀다.
OECD가 최상위 성취 수준에 도달한 수재들에게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이들 학생들은 부가 가치 창출 등의 활동을 통해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두뇌 집단이며, 한 나라의 경쟁력은 이러한 수재들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OECD는 밝히고 있다. 이는 인적 자원의 질을 전체 학생의 평균 점수가 아닌 고도의 창의력과 유연성을 지닌 수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기준에 입각하여 가늠하겠다는 OECD의 의지를 강력하게 반영한다.
전체 학생의 평균 점수에 근거한 국제 순위와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학생의 비율로 따질 때의 국제 순위는 우리 교육의 성과와 문제점을 각기 보여 준다. 평균 점수가 높은 것은 대부분의 국내 학생들이 중상위권에 몰려있고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탄탄한 기본 소양을 갖추게끔 하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학생, 즉 국제적인 수재의 비율은 폴란드나 체코보다 더 적었는데, 이는 우리 교육이 수월성의 측면에서 OECD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가 표방한 수월성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고, 주어진 정보를 상세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를 선별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되 통상적인 기대에 반하는 개념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 학생들이 이러한 고차원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지식을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직업, 학문, 사회 참여 등 실생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문제를 정형화된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입각하여 문제를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OECD는 우리 학생들이 일반적인 지식은 많이 갖고 있지만 주체적인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면에서는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명히 지적하고, 한국 교육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또한 2003년과 2006년에 시행될 2차, 3차의 평가를 통해 국내 학생의 성취가 어떻게 변화해나갈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나갈 것이다. 우리 교육이 범재 양산에만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국제 사회에 각인되기 전에, 수업과 평가의 변화를 통한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