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의 식량난 때문에 시작된 대량 탈북 현상이 2000년을 고비로 감소했다. 하지만 그 무렵 이후 탈북자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입국하면서 북한 이탈 주민 자녀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 학생 수가 2011년 1661명(초 1020명, 중 288명, 고 373명)에서 2012년 1204명(초 1204명, 중 351명, 고 437명)이고, 학교 수도 2011년 579개교에서, 2012년 704개교로 늘어났다. 이제 우리 교원들이 학급 담임 또는 교과 담임으로 탈북 학생을 만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 것이다.
탈북 학생의 특성 고려한 교육 필요
북한을 탈출하여 몇 년간 중국 등을 떠돌다가 남한에 입국한 탈북 학생들에게서 흔하게 듣는 말이 있다. 북한에서는 배고파서 살기 힘들었고, 중국에서는 공안에 잡혀 죽을까 봐 무서워서 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정작 남한에 오니까 몰라서 못 살겠다는 것이다. 또래 집단들이 말하는 ‘스타크래프트나 똘똘이 스머프’가 뭔지 몰라서, 처음 접하는 영어 단어들이 너무 낯설어서, 한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고 책가방을 들고 교실을 찾아다니는 게 처음 겪는 것이어서, 심지어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객관식 문제가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서 탈북청소년들은 좌절하고 있다. 이런 탈북 학생들은 출신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면서 남한 사회나 친구들의 편견을 극복 못 하고 학교를 떠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 학교 환경의 부적응은 학령기의 탈북 학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된 경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런 탈북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우리 학생들과 다른 특성을 볼 수 있다. 먼저 대다수 탈북 학생들이 교사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 정말 그 가르침에 잘 따르고 존경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지원으로 자발적 교사 연구 단체인 서울초중등남북교육연구회에서 여름 또는 겨울방학에 개최하는 탈북 학생 적응지도 캠프 참가교사들의 경험에서 나타난다. 수차례 자원봉사하는 교사에게 참가 동기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탈북 학생들이 옛날 우리 학교 다닐 때처럼 자신의 말을 잘 따르고 존중해 주니까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렇듯 탈북 학생과 래포가 형성되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의 교육이 수월해질 수 있다.
또 다른 특성은 탈북 학생들은 존재론적 인식의 토대가 북한 사회로의 회귀한다는 점이다. 인식 체계가 형성된 후 탈북한 학생은 대체로 북한에서 국가와 조직에 대한 강한 귀속감을 갖도록 철저히 훈련받았다. 그렇다 보니 북한에 두고 온 부모, 형제, 친인척, 친구 등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탈북 학생에 대한 적응지도 교육의 최종적 목표는 그들이 남한에서 한 개인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는 미흡하며, 통일 후 그들이 존재론적 고향인 북한 사회로 갔을 때 남북한 사회 문화를 하나로 묶어서 내면화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탈북 학생에 대한 관심과 배려 필요
어려운 과정을 거쳐 두려움과 설렘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하는 많은 모든 탈북 학생들이 기대만큼 새로운 사회에 쉽게 적응하고 잘 동화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교사가 탈북 학생들이 우리 학생이고 내 제자가 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교사들이 좀 더 탈북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내 제자라는 생각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탈북 학생들에게 꿈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들이 우리말을 못 알아들어서 어려워하고 있으면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탈북 학생의 부모들에게도 남한의 교육 시스템과 방식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같이 손잡고 자녀를 지도할 수 있도록 끈기있게 격려할 필요도 있다. 더 많은 교사가 내가 바로 통일을 견인하는 마중물이라는 생각으로 탈북학생 지도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