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에 시작된 전문대학은 지금까지 520여만 명의 산업인력을 양성해 대한민국 근대화와 국가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기술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2-3년으로 제한된 수업연한과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육성 정책의 부재로 고등단계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박근혜 정부는 전문대는 40년 역사상 처음 있는 메머드급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직업교육 특성화·다양화 기대
물론 이 방안은 전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지식기반산업에서 활약할 미래형 창의적 전문직업인의 양성을 위해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핵심과제로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수업연한 다양화(1년부터 4년까지), 산업기술 명장 대학원 신설, 평생직업대학 육성, 전문대생 해외진출 활성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방안은 고등직업교육에서 다음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첫째, 우리나라의 체계적이지 못한 고등교육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의하면 일반대학은 학술중심의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 전문대는 전문직업인 양성교육기관으로 구분돼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4년제 대학에서 전문대의 성공학과들을 모방 운영함으로서 전문대의 위기를 증대시키고 있다. 발전방안대로 전문대에 일반대학과 동일한 4년제 학과를 허용하고 현장중심교육을 더욱 강화한다면, 일반 4년제 대학과 차별화된 가운데 동등한 교육적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학술 연구·교육 트랙과 고등직업교육 트랙으로 구분된 가운데 이뤄지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문대 교육에 획기적 변혁을 가져올 것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139개 전문대는 정부의 단선형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 틀에 맞추기 위해 모두가 획일화된 모습이었다.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은 전문대가 자율적으로 특성화영역을 선택케 함으로서 지역특성을 고려하고 강점분야를 살린 가운데 핵심인재의 양성을 가능케 할 것이다. 또 1년에서부터 4년까지의 ‘수업연한 다양화’ 방안은 직업교육의 범위를 확대하여, 평생 및 재취업을 위한 비학위 과정에서부터 일반 4년제 대학과 동등한 수준까지 다양한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여기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현장중심 교육과정운영도 산업현장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인재양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세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의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이미 전문대(Non-University)로 분류되는 대학들이 대학원까지 직업교육을 다양한 수준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자국에서 필요한 우수한 산업인재양성 뿐만 아니라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학생들이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보며 직업교육을 위한 유학을 많이 희망하고 있지만, 수업연한의 규제로 인해 우리의 전문대에 오는 것은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육성 방안에서 ‘수업연한의 다양화’ 와 ‘산업기술 명장 대학원 신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할 것이다.
전문대 선호 공감대 형성돼야
지난 MB정부에서는 위기의 전문계고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로 발전시켜 선호도가 인문계고를 능가하도록 했다. 이번 박근혜정부의 ‘전문대학 육성방안’의 성공여부도 앞으로 2~3년 후에 상위권의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한 일반대학과 전문대를 더 선호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동안 숙고를 통해 내놓은 만큼 전체적으로 체계와 연계성을 갖춘 잘 만들어진 육성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방안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목적한 성과를 얻기 위해 전문대는 물론 교육부와 관련부처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고등직업교육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